만추(晩秋)와 함께한 기차여행
만추(晩秋)와 함께한 기차여행
  • 박종완
  • 승인 2014.11.1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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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환경개선과 주5일 근무영향으로 주말이면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다양한 체력활동과 여행을 통해 행복지수를 높여가고 있다. 더불어 각 지자체에서는 문화관광 콘텐츠개발과 자연문화유산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관광객을 유치하여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코레일은 기차역과 지역 관광 자원을 연계한 기차여행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지역경제활성화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에서 출발하는 기차여행코스를 살펴보면 당일코스로 정선 5일장을 배경으로 하는 강원도 북부코스와 한류열풍을 몰고 온 영화 겨울연가 촬영지인 가평 남이섬과 김유정 문학촌을 경유하는 코스가 있고 무박 2일 코스로는 동해안 일출과 해변을 관광하는 정동진 코스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여행은 가족들과 같이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과 김유정문학관을 구경하는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기차여행을 한다 생각하니 문득 옛날 생각도 나고 하루 시간을 가족을 위해 갖는다는 것이 가슴 뿌듯하기까지 하다. 모든 상념은 잊고 가을 단풍과 함께 힐링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기차역 하면 그리움, 낭만, 기다림 같은 단어가 생각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는 6,70년대에는 기차가 많은 부분을 대신해 기차역마다 이용객들이 많아 항상 역무원과 실랑이하는 모습,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 등 고단한 삶이었지만 내일로 향하는 희망찬 눈동자의 힘들이 세계 속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어릴 적 고등학교시절에 자취했는데 주말이면 시골에 내려가 일을 돕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기차를 이용해 내려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만 일요일 올라오는 길엔 김치, 밑반찬 등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싸주시면 보따리가 한짐은 된다.

  집에서 간이역까지는 걸어서 족히 30분쯤 걸리는데 기차시간에 맞추느라 뛰다보면 교복에 땀이 흠뻑 젖곤 했었다. 어렵게 기차를 타고 짐 보따리를 짐칸에 얹어놓으면 요즘같이 밀폐용기가 발달하지 않아 김칫국물이 새서 냄새가 나면 난감했는데 여학생이라도 옆에 있으면 어린 마음에 창피하기도 했었다.

  급하게 서둘러 나오는 날에는 기차표를 분실해 제복 입은 차장이 기차표 검침을 할 때면 교복 주머니 등 이곳저곳 찾다 보면 다음부터는 잘 챙기라고 하시던 기억과 삶은계란, 오징어, 땅콩 등이 놓여 있는 이동용 간이판매대가 지나갈 때면 일주일 용돈을 축내고픈 마음이 생기지만 꾹 참았던 일들도 있었다. 그때 추억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지 않았나 싶어 작은 미소를 지어본다.

 어느 시월 주말, 이른 아침 전주역에는 삼삼오오 여행객들로 붐빈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마음에 여유를 찾고자 기차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산과 들에만 단풍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전 내에도 울긋불긋 등산복차림이 마치 오색단풍이 물든 듯해 마음이 설렌다. 플랫폼엔 가족끼리·동료끼리 분주한 모습이다. 어떤 로타리클럽은 객실 한 칸을 통째로 예약을 해 미리 준비한 음식과 소품을 가득 담은 상자를 싣느라 분주하기도 하다.

   이번 기차는 전북권 여행객들만 예약을 받아 출발한 기차로 목적지는 같지만, 주말 하루를 즐기려는 마음은 각각 다를 것이다. 기차 맨 뒷칸 뒷자리를 잡고 차창 너머로 가을걷이를 한 들판을 바라보니 가을내 농부의 땀방울이 머금은 모습이 선하다. 들판 군데군데 하얗게 말아놓은 소먹이용 건초더미를 보면서 쌍둥이 딸에게 타조알같이 생겼네 하니 눈을 흘긴다. 기차여행도 오랜만이고 기차를 타는 것도 오랜만이라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보는 풍경들이 새롭다. 감을 수확하고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나무,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마을 뒤편 산등성 등, 주말 이른 아침 모습들이 어느 수필에 나오는 구절처럼 고즈넉하다. 터널을 지날 때 어두운 차창에 모여진 얼굴을 보면서 때아닌 반성도 해보고 잘살아야지 하는 다짐도 해본다.

  기차는 서대전역을 지나고 있다. 옛날 완행열차가 새벽녘에 서면 어른들이 잠깐의 시간에 후루룩 쩝쩝 가락국수를 먹던 모습을 지금은 볼 수는 없으나 그 향기는 그립다. 기차는 용산역을 지나 고층빌딩과 어우러진 한강을 뒤로한 채 경춘선으로 접어들어 아름다운 청평호수에 이른다. 단풍을 머금고 물빛에 반사된 산들 모습을 보며 기차여행의 참맛을 느껴본다.

  청잣빛 가을 하늘과 비단을 깔아놓은 듯한 단풍나무들이 마중한 남이섬은 겨울연가의 촬영지라 그런지 외국관광객이 무척이나 많아 보여 지역경제에 한몫하는듯하다. 이번 가을 기차여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사회의 작은 구성이 가족과 가정인데 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작은 것을 더 소중히 해야만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건강과 가정을 위한 소중하고 알찬 가을 기차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박종완<계성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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