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공간’ 참관기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공간’ 참관기
  • 장인석
  • 승인 2014.11.1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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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한 해외전문가 초청 워크숍의 강연자로 초청 된 사이먼과 빅토리아의 열정적인 강연모습(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제공)

 여느 가을처럼, 조금은 쌀쌀하던 지난 6일과 7일,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통문화연수원의 동헌에서는 손님맞이가 한창이었다. 삐걱대며 북적이던 동헌의 마룻바닥을 바라보다 무심코 느껴진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본 그 때, 동헌의 입구로 훤칠한 이국의 손님 두 분이 들어온다.

  이번 워크숍의 강연자로 초청 된 사이먼과 빅토리아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공간’이라는 주제로 이틀 간 진행 된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해외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위해 멀리, 호주에서 날아 온 귀한 손님이다. 뒤이어 워크숍의 참석자들도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렇게 자연스레 시작 된 워크숍의 첫 이야기는 사이먼과 빅토리아, 본인들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30여 년 전, 영국에서 만난 사이먼과 빅토리아, 예술가인 사이먼과 교사인 빅토리아의 만남은 책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작됐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자신의 책을 스스로 만들고 꾸미는 작업을 하던 사이먼과 빅토리아는 ‘좋은 예술 강사는 교사와 예술가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넘나들 수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배우는 교육을 넘어 선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향유하게 된다.

 사이먼과 빅토리아는 호주 멜버른의 ‘아트플레이’라는 공간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아트플레이는 그들의 작업실 이자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이다. 또한 둘은 책이라는 공간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한다. 그들은 책이라는 매개체가 가진 영향력과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워크숍은 사이먼과 빅토리아가 진행 해 왔던 여러 작업들의 소개와 함께 그룹별 토의 작업과 같은 참가자 중심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한 해외전문가 초청 워크숍이 지난 6일과 7일 동헌에서 열린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협동해 책을 만드는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예술강사들

 이번 워크숍은 전라북도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기획자와 예술 강사 및 각계각층의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신청으로 참가자 모집이 이뤄졌다. 이어지는 워크숍의 소그룹 토의활동은 여느 때보다도 열성적으로 진행됐다. 그들의 토의는 깊을 수밖에 없었다. 일선에서 아이들과 호흡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토의내용을 사이먼과 빅토리아는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물론 통역을 통해서였지만.

 사이먼과 빅토리아의 강연을 통해 그들이 해온 작업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작업이 아주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결과에 대한 고민 보다는 순수하게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 또한 든다.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아이들과의 작업에 있어서 이러한 과정 중심의 방향성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토록 직관적이고 단순한 작업들, 아이들과 책을 만들며 진행 한 여러 작업들이 이렇게 진한 영감을 남긴 적은 없었다. 이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엄청난 경험들과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책들이 단순한 출판이 아닌 소통으로 발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날의 워크숍은 사이먼과 빅토리아의 작업들, 아이들과 함께 한 여러 사례의 소개와 함께 흥미로운 실습들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진행 한 아이들의 책 만들기는 출판에 집중되어 있기 보다는 행위에 집중되어있다. 아이들은 함께 협동하여 책을 만든다. 책 만들기는 아이들 스스로 본인들이 사는 지역을 표현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러한 협력활동은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책 만들기와 같은 작업이 아닌 아이들이 생활하며 향유하는 많은 활동들을 조그마한 책으로 담아내는 등의 작업과 아이들을 위한 이동식 작은 도서관의 구축 등의 활동들은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출판’하는 행위 그 자체에서 오는 영향력일 것이다. 아이들은 책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문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그 지역의 고유 언어를 아이들의 손으로 담아내는 등의 작업은 지역과의 문화적 연계성을 높이며 이러한 작업들로 만들어진 책은 공통의 자산이 되는 등,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든다. 내용을 접하다 보니 굉장히 고무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작업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만든 아이들의 책은 곳곳에 놓아두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와 작품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게끔 한다. 그렇게 공유 된 책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에게 전파되고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자발적 공유는 이렇게 커다란 시너지를 가져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워크숍은 이러한 사례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업들을 직접 실습해보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되었다. 직접 시연해본 작업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작업들이라서 그랬을까?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순간 까지도 왁자지껄 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아이들을 향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영감은 특별한 번뜩임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이들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글=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에듀터 장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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