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가?
엄마 어디가?
  • 김보금
  • 승인 2014.11.1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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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우리 센터에서 제42회째 여성 백일장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가한 120여명의 여성들 모두가 괘나 당차 보였다. 나름의 포부와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려는 태세였다. 이들 여성들의 대부분이 문학소녀의 꿈을 간직했을 터이고 오랜 기간에 걸쳐 습작도 착실하게 쌓아왔겠지만, 실상 백일장 대회에 참가하기까지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부분 평범한 주부들이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여성이며 결혼 이주여성, 탈북여성 등 각양각색의 여성들이 백일장의 예제(주제) 중 ‘기억’에 대한 글을 다루어주었다. 안도현 시인과 전북시인협회 회장과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사를 해주셨다.

 산문부 장원 작품에서 다루어진 ‘기억’은 치매할머니의 아들사랑이었다. 할머니는 요양원에 입원치료 중인데 하루에 세 끼씩 주는 밥을 남겨둔다. 따로 밥그릇에 담아서 침대의 이불안에 숨겨놓는 것이다. 그 밥이 곰팡이가 피어 냄새를 풍기는데도 아들이 오면 먹이려고 아들 이름을 부르며 기다린다. 할머니를 돌보는 관계자와 밥그릇을 제거하려는 안간힘과 기어이 밥그릇을 끌어안는 할머니와의 실랑이가 날마다 되풀이되는 큰 일과였다. 하지만, 막상 아들이 찾아와 눈앞에 있을 땐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주위의 간병인들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한다는 게 이 글의 대강이었다. 치매가 심하여 온갖 기억을 다 잊었건만 어린 자식에게 밥을 챙겨 먹이던 젊은 적 엄마의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음이었다.

 대부분의 옛날 어머니들처럼 지금의 어머니들도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더 맹렬하게 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임기 연령의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 하여 사상 초유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 여성들에게만 국한한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아이들 울음소리가 아예 끊어지고 우리들의 ‘기억’속에서나 그리운 어머니의 존재를 찾거나 소설에나 등장하는 아득한 전설적 인물이 되고 말지도 모르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이에 샌드위치 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40대 50대 여성들이 자신의 자아성취보다 오로지 자녀들을 위해서, 가정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첨병으로서 뛰고 또 뛰는 13명 엄마들의 취업성공사례를 모아서 <엄마 어디가?>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모두가 우리 지역 전북여성들의 이야기이다. 3자녀를 기르며 암 환자가 되었으나 자녀들에게만은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다며 2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나서 회계직원으로 취업한 여성, 가게가 문을 닫게 되자 숙박비가 없어 찜질방에서 3개월을 지내면서 친절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전국 유명강사 대열에 오른 여성, 도서관 관장모집에 학력은 고졸이지만 경력으로 승부하여 2천여 명의 회원을 이끄는 도서관장이 된 여성, 직업을 열 번이나 바꿀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으나 인생의 쓰나미 같았던 그 시절이 오히려 도움되어서 우체국경비원이 된 여성, 등등의 이야기를 엮었다. 그녀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하나같이 가족, 특히 자녀들을 위한 경제적 활동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사실이었다. 너나없이 힘들고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최우선적으로 엄마라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그런 엄마의 자녀들이라면 의당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엄마로 ‘기억’하고도 남을 터이다. 먼 훗날 그들이 뒤돌아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일하는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조금도 불행하지 않았었다고 말하리라.

 이제 성인이 되어버린 내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넌지시 한번 떠보고 싶어진다.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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