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계절 앞에서
나눔의 계절 앞에서
  • 나종우
  • 승인 2014.11.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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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에 접어들면서 긴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이 거리를 휩쓸고 있다. 나무들은 점차 속살을 들어내고 겨울채비에 바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나무들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새로운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마음으로 바빠지는 것 같다. 그런데 가을의 풍요로움도 넉넉함도 걷히고, 아직 겨울을 준비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릴케의 시 구절처럼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럽게 이리저리 길을 헤매게 될’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는 자들도 있다.

 바야흐로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 다가 오고 있다. 이러한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여기 저기에서 나눔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연탄나뭄’ 행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나눔이야 말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눔의 의미는 베풀다라고 할 수 있는데 베푼다고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 정신적인 것, 사랑, 노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광역시에서는 ‘나눔 대축제’가 열렸다. 그 의미를 이야기 하면서 이 축제는 더블어사는 사회 나눔의 기부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또한 경기도에서도 ‘나눔 대축제 및 걷기대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경기도에서는 이 행사를 통하여 아이들에게는 나눔의 의미를 알려 주고, 어른들에게는 바쁜 나날들 속에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고 하였다. 모두가 나만을 위한 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공동운명체임을 깨닫게 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래 들어와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어지고 있다. 이 말의 어원은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실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실행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과거 로마제국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로마 귀족들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할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조선 정조 당시 흉년으로 인한 기근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으로 쌀을 사서 분배한 거상 김만덕이라든가 , 군수업으로 번 막대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대부분 사용한 최재형 등이 일찍부터 이런 정신을 실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러한 의식과 행동은 전라도 정신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전라도 미곡을 영남지역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어 영남지역의 기민을 구제하였는데, 아예 전라도지역으로 피난을 오는 경상도의 주민들도 있었다. 이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피난하여 산에 들어갔던 경상우도 사람들이 양식이 떨어져 모두 호남으로 나왔다. 영남과 접근한 남원부南原府 지방에서는 유민流民과 원주민原住民이 서로 반이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오랜 전쟁으로 호남지방도 연명하기 어려운 판국에도 우리는 모두 가 하나라는 동포의식으로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유가 있어서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 함께 사는 것이라는 상생의 원리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올해의 사랑의 열매가 등장할 것이고 사람들의 깃에 3개의 빨간 열매로 만들어진 사랑의 열매를 달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는 3개의 열매는 각각 ‘나’와 ‘이웃’ 그리고 ‘가족’을 상징하고 있으며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그리고 하나로 모아진 열매 줄기(받침)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우리 모두의 약속이라고 하니 모두가 한번쯤 생각하면서 동참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은 우리사회에 나눔 문화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눔 문화는 분명히 우리사회를 화합시키고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우리 전북은 예부터 인정 많은 지방이다. 향토사랑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웃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도 소중하지만 기부하고 이웃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자들을 서로가 박수를 쳐주고 기억해주는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차 추워지는 날씨 속에 나눔의 온기가 이웃의 아픔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계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나종우 <원광대 명예교수·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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