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삼천동 주민들의 ‘삼천사람’ 되기
전주 삼천동 주민들의 ‘삼천사람’ 되기
  • 고길섶
  • 승인 2014.11.0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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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섶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람들을 보다> 8.

 “우아동축제 때 보니까 일정에 맞춰 풍물을 쳤는데 시장이 늦게 오는 바람에 다시 또 치더라고요.”
 “그건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요?”
 “주민을 위한 행산데, (웃으며 농담으로) 우리 쪽으로 시장 오지 말라고 해요.”
 “우리가 플래시몹 했는데, 뒤늦게 시장 오면 다시 해야 되나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지난 10월 25, 26일 전주 삼천동에서는 세내축제가 있었다. ‘세내’는 ‘삼천’의 다른 이름이다. 축제가 있기 전전날 저녁, 삼천 문화의집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참가자들 10여 명이 마을축제인 “2014 세내축제” 최종 점검회의 중이다.

    전주시장 방문 시 프로그램 진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잠시 논란에 휩싸이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다음 상황으로 이어진다. 암묵적으로 ‘다시 한다’는 결론인 듯하다. 회의 형식의 교육은 특강강사인 최진성 선생이 주축이 되어 강사진이 이끌어나가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교육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발언한다. 플래시몹 동작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나온 참가자 한 명이 동영상을 눈여겨보더니 눈썰미로 즉석에서 배워 참가자들에게 가르쳐준다.

 삼천 문화의집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 “우리가 만드는 삼천동 이야기 ‘삼천사람’”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하나는 삼천이야기 편집위원회가 발행하는 마을신문 <삼천이야기>의 주민기자단 활동을 하는 것인데, ‘마을신문 기자학교’ 형식의 교육을 통해 구성되었다. 벌써 세 차례나 신문을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세내축제의 주민기획단 활동을 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삼천사람 입문과정 및 심화실행과정을 통해 구성되었다. 일반 주민, 무용강사, 영어 원어민 선생, 지역아동센터장, 미술분야 활동가 등으로 구성되어 세내축제의 기획이나 프로그램 등에 직접 참여했다.

 이 활동들은 문화를 통해서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는 교육으로, 교육과정 내(교육 참가자)에서 물론이거니와 교육 외 공간세계인 마을지역(지역주민)에서의 능동적인 주체성을 형성하도록 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지역 파급력이 단순히 이런저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적 차원이 아니라, 문화활동을 매개로 하여 지역의 삶과 주체성 구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주민 주체와 실천력 양성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놀 만한 작은 도서관 만들기, 골목길 쓰레기 처리문제, 주민들이 함께 할 일자리로서의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의 가능성, 마을 이야기를 담아내는 마을신문이나 마을잡지 만들기, 마을 축제 참여하기, 주민들의 친밀성을 위한 마을장터나 마을음악회 따위들을 고민한다. 이런 생각들이 교육기간 내 교육과정에서 직접 다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혹은 삼천사람되기의 고민과 토론꺼리로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실제 실행의 과정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전문적 활동을 해온 강사들과 함께 하는 ‘동네 읽기’가 대표적이다. 마을의 지역적 자원들(도농복합문화, 막걸리, 전통문화-기접놀이, 모악산 등 생태환경 등)과 삼천동 이야기들을 알고 공유한다. 지역답사를 통해 이것들을 아카이브화하는 마을 지도를 만든다.

 이런 생각들은 삼천 문화의집이 하고자 하는 마을만들기의 전체 지형도 그리기에서는 필요한 자기전망이지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에서는 과대한 그림일 수 있다. 기획자이자 주강사인 최기춘 선생도 애초 세웠던 교육 사업계획서대로 잘 되지 않더라고 말한다. 마을만들기 그림이 어떤 점에서는 추상적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과 먹고 사는 데 바빠 사람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간반을 계획하였지만 아줌마들이 너무 바쁘네요. 욕심이 많았어요. 내공을 가지면서 호흡을 길게 하는 게 필요하더군요.” 그러나 주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 문화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 생산자로서 움직이며 지역적 삶의 마인드를 가지도록 촉구하는 문화행동의 교육이 삼천동을 바꿔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글·사진=고길섶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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