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국감을 마치고
세 번째 국감을 마치고
  • 김성주
  • 승인 2014.11.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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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국감이 끝났다. 첫 번째 국감은 대선을 앞두고 복지정책 전반을 다루며 보수와 진보의 복지철학과 정책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두 번째 국감은 기초연금 등 박근혜 정부 대선공약파기에 따라 싸우는 국감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국감은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를 맡은 이후 여야 쟁점 법안과 예산을 다루는 전 단계 고지 선점을 위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피 말리는 국감’은 감사를 받는 측이 아니라 감사를 하는 측에서 더 실감한다. 피감기관은 하루 고생하고 잘 방어하면 되지만 감사의원들은 국감에서 모든 것을 보여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3주를 버텨야 한다.

 무언가 남들보다 돋보여야 하고 성과도 있어야 한다. 언론의 주목도 받아야 하고 유권자에게 자랑할 거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화가 나더라도 ‘호통’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한글도 모르세요’란 말도 ‘막말’시비에 오르니 표현에 조심해야 하고 내 발언 순서가 끝났다고 엉덩이를 뗄 수도 없다.

 모든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의 감시를 받는 국감이기 때문이다. 보좌진들은 지상파 저녁 뉴스에 등장하기 위해, 종합일간지 1면 톱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올해 복지위 국감 초점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해소와 ‘송파세모녀’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노후보장분야에서 기초연금제도 시행 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노후빈곤 문제와 연금사각지대 해소방안, 그리고 의료보장분야에서 박근혜 정부의 파상적인 의료영리화 공세를 저지하는 데 있었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될 뻔했던 줄기세포 전문 시술 성형병원인 중국 투자 싼얼병원 무산과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논란, 준비 안 된 원격의료 시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영리화저지를 넘어 의료공공성 강화로 나아가는데 목표가 있었다.

 이번 국감의 대미는 단연 적십자 김성주 총재였다. ‘국감뺑소니’ 사건으로 불릴 만큼 기관증인의 국감 불출석 전례가 없었기에 국회의 분노와 국민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애초 김성주 총재의 국감출석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다양한 경로로 출석을 요구하고 결국 불출석한 후 여당의 반대를 설득해서 동행명령을 의결한 것은 큰 성과였다. ‘김성주 의원이 김성주 총재를 감사’하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져 고의적 기피를 밝혀내고 사과를 받아낸 것 역시 의미가 있었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행정기관에 대해 내부 감사와 감사원 감사와 달리 정책국감을 할 수 있는 곳은 국회뿐이다.

 그러나 국회 국감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단 하루 정해놓고 5분씩 번갈아가며 질의해서 무엇을 지적하고 무슨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상시 국감 실시를 여야가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 역시 기간만 늘려놓았을 뿐 1년에 한 번 실시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감무용론은 매년 반복되는 형식적 국감에서 나온다. 또 국감 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무기력한 현실에서 나온다.

 지적할 때 잠깐 뿐이지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감독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때를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국감은 통과의례에 그칠 것이다. 지금처럼 지적만 하고 감사원에 감사의뢰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수준으로는 행정부의 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무 때나 실시하고 성역 없이 감사하고 시정요구하고 고발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직속 아래 놓여 있는 것은 이상하다. 국감이 국감다우려면 감사원을 국회직속기관으로 두고 국회가 강력한 감사권한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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