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식품이 된 고구마
웰빙(Wellbeing)식품이 된 고구마
  • 황의영
  • 승인 2014.10.3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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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밥보다 고구마가 더 좋아요. 고구마만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좋아요.” “택배 중에 고구마 택배가 제일 좋더라.” 몇 일전 고구마 택배를 받으며 아내가 날아갈 듯 기뻐한다. 아내는 고구마를 매우 좋아한다. 고구마가 있으면 하루 한 끼는 고구마로 때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간식거리로 ‘고구마 맛 탕’을 즐겨 만들어 먹였다. 딸아이는 지금도 “어릴 적 엄마가 해준 ‘고구마 맛 탕’이 참으로 맛있었다.”고 추억을 얘기하곤 한다.

 나는 고구마에 대한 추억이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식량이 부족하던 때여서 겨울철 농촌에서는 끼니를 고구마로 많이 때웠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두 끼만 먹는 집이 많았다. 그 중 한 끼는 고구마를 찌어서 무김치와 같이 먹거나 고구마 죽을 끓여 먹었다.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쌀을 조금 넣은 다음 고구마를 잘라서 넣고 죽을 끓였다. 김칫국 맛과 감자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어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그러나 한두 끼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 매일같이 계속 먹게 되면 물리게 되고 고구마 자체가 싫어지는 것이 나만의 추억은 아니었을 상 싶다. 그 시절 고구마는 농가의 겨울철 소중한 양식이었기에 집집이 봄까지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5월 하순에서 6월 하순까지 보리를 베어낸 밭에 두 잎이 붙게 자른 고구마 줄기를 심는다. 여름내 자라고 늦가을 서리가 내려 고구마 순이 삶아지면 고구마가 얼기 전에 캔다. 캔 고구마는 불을 드리는 방에 수수깡으로 통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득 담아 천정에 닿을 듯 보관하면서 쌀독에서 쌀을 떠내듯 조금씩 꺼내서 먹었다.

 고구마 원산지는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 북부지역으로 추정되고 원종(原種)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약 2000년 전부터 중·남아메리카에서 재배한 것으로 추측한다. 신대륙 발견 시 원주민들이 널리 재배하고 있었는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의하여 스페인에 전해졌고 그 뒤 필리핀, 중국의 푸젠성(福建省)에 전해졌으며 점차 아시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763년 조선통신사 정사(正使)로 일본에 갔던 조엄(1719~1777;대사간, 이조판서, 제학, 평안감사 등 역임)이 종자를 가지고 들여와 동래와 제주도에 재배하게 하였다. 그 뒤 전국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되었다.

 고구마의 성분은 수분 69.39%, 당질 27.7%, 단백질 1.3% 등이며 주성분은 녹말이다. 해방 전에는 주로 식용으로 소비됐으나 최근에는 식용으로는 40% 정도 사용되는데 예전처럼 주식을 보조하는 식품이 아니라 주로 부식 또는 간식으로 이용한다. 공업용으로 30% 정도 사용하고 엿·포도당·과자류·식용가공품·의약품·화장품·알코올·위스키·소주 등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감자에 비해 당질과 비타민C가 많고 칼로리가 낮다. 삶거나 굽는 것 외에도 튀김이나 죽으로도 조리한다. 서양에서는 버터구이·파이·푸라이 스위트 포테이토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고구마는 품종이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상에서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로 대분(大分)한다. 고구마를 삶았을 때 속살이 밤처럼 비교적 흰색이 나고 포근포근하면 밤고구마, 노란 호박 속 색이 나고 물기가 많은 고구마를 호박고구마라고 한다. 밤고구마는 팍팍하여 먹을 때 목이 마치기 때문에 물기가 촉촉하여 먹기 좋고 당도가 높은 호박고구마를 나는 더 좋아한다. 고구마가 이렇게 대중 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된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배변활동을 좋게 하고 칼로리가 높지 않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구마 유통단계가 최소화되는 택배제도가 발달하여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결되었고 젊은 농업인들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을 인터넷에 올려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고구마를 세척한 후 낱개로 포장하여 대형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고구마의 판로가 다양해진 것도 고구마가 많이 소비되는 요인 중의 하나다.

 상강(霜降)이 지난 이맘때가 고구마 수확 철이다. 요즘 고구마가 웰빙(wellbeing)식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농업인들은 이런 추세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우수한 품질의 고구마를 많이 생산하여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여 공급한다면 새로운 소득원으로써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나 유통업계에서도 유통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여 모처럼 일기 시작한 고구마 소비에 대한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강구했으면 좋겠다. 우리 어디 한 번, 이번 기회에 고구마로 부농(富農)의 꿈을 이루어 보자.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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