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엔 전북이 없다 <중>
신의 직장엔 전북이 없다 <중>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10.2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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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인물배제-예산 불이익 검증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사람이 돈이다. 각종 공기업에서 전북 인물이 배제되면 지역 관련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전직 공기업 직원 K씨).” “아무래도 지역출신이 공기업 내 고위직에 있으면 고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문화체육 분야 공기업 고위직 출신 L씨).” “예산편성부터 조직운영, 인사 등까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관장은 결재권이 있고, 재량권으로도 지역에 도움을 주려 한다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위 공무원 출신 S씨).”

 국토부 산하 각종 공기업 고위직에 전북인물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전직 고위공무원이나 공기업 퇴직자들이 한결같이 쏟아낸 말들이다. 조직 운영과 사업 추진은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고, 공기업 고위직에 지역 인물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로 인물 배제가 예산 불이익 등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사람이 돈이라는 직간접적 지표는 과연 있는가?

 국회 김윤덕 의원(전주 완산갑)과 전북도민일보는 이런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국토부의 지난 4년간 시·도별 예산현액 변동 상황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예산현액은 시·도에 나눠준 교부액과 전년도 이월액을 합친 금액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부처의 예산은 주로 산하 공기업을 통해 위탁사업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이런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국토부 확보 예산과 산하 공기업 고위직 비율이 ‘권역별 순위’ 비교에서 거의 비슷했고, 일부 통계에서는 비례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권역별 국토부 확보 예산 순위를 보면 영남권(39.3%), 수도권(21.4%), 호남권(16.7%), 충청권(12.5%), 제주·강원권(10.2%)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16개 산하 공기업 임원진 159명의 출신지 분석에서 영남권(35.8%), 수도권(25.2%), 충청권(16.3%), 호남권(14.5%), 제주·강원권(8.2%) 등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할 때 충청권과 호남권의 순위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같은 순서다.

 권역별 양자 간 비율도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 예컨대 영남권은 양자 간 비율의 격차가 3.5%포인트에 불과했고, 수도권과 충청권도 각각 3.8%포인트의 차이에 그쳤다. 호남권의 경우 국토부 예산 점유율(16.7%)과 16개 산하기관 임원진 비율(14.5%)이 2.2%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내는 등 엇비슷해 눈길을 끌었다.

 전북만 따지면 유사성은 더욱 확연해진다. 국토부의 전북관련 예산은 2010년 2천514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작년엔 2천318억 원에 만족했다. 4년 합산금액은 9천67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중 국토부 전체 예산(18조382억 원)의 정확히 5.4%를 차지했다. 국토부 산하 16개 기관 임원진(159명) 중 전북 출신(8명)이 차지하는 비율(5.0%)과 거의 비슷한 것이다.

 김윤덕 의원은 “의도성이 가미됐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국토부 예산과 산하 공기업 임원진 비율이 엇비슷함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중앙부처의 예산도 ‘사람의 문제’라는 통설이 절대 억측은 아니라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부처의 지역별 예산 투자는 지역의 특수성이나 수요, 경제성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 진행되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번 통계를 볼 때 ‘사람이 예산’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며 “전북이 지역인물 중용을 강하게 외치는 이유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 출신지에 따라 특정사업의 운명을 달리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국토부 외의 다른 부처에서도 권역별 투자와 산하 공기업 임원진 비율이 엇비슷하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각 부처 고위직은 물론 산하 공기업까지 인사 대탕평을 펼쳐야 균형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인재의 고른 등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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