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전국 각지의 즐거운 축제와 함께 공공질서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민낯이 종종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행사 후 쓰레기 문제, 주차문제, 화장실이나 공공장소에서 무질서와 타인에 대한 배려부족 등 부정적 보도를 접할 때마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머리를 스친다.
과연 우리사회는 ‘공유지의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공유지의 비극이란 1인당 1마리씩 총 100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제한된 공유지에서, 몇몇 사람이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2마리 이상의 양을 풀어놓아 공유지는 과도하게 풀이 뜯겨 점차 황폐해지고 결국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개럿 하딘교수가 말한 것으로 개인들이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할 때 전체의 이익이 파괴되어 사회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사례로 종종 인용되고 있다.
20년 전 1994년 10월,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 약 50m 붕괴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이듬해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일시에 무너져 쇼핑객과 직원 등 약 1,5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국민들에게 사상자 숫자도 충격이었지만, 평소 자주 다니는 다리와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의 공황 수준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올해 2월, 경주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하였고, 4월에는 진도 해상에서는 세월호 침몰, 5월에는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 바로 지난주 판교에서 야외공연장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방송과 신문은 앞다퉈 ‘대한민국은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고,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고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듯 손쉽게 지적하곤 했다.
안전사고의 특성상 대형사고로 이어져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인명이 소중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임에도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나오고 곧바로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되어, 국민들은 이제 다시는 그러한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보지만 사고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무한 도돌이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원인으로 지목하는 안전불감증, 그 원인이 무엇이고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필자는 ‘설마’,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안전의식 결여와 남들이야 어찌되든 나에게만 이익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결과 중심주의, 비용절감과 기간단축이 최고의 ‘善’이라는 물질 만능주의가 사회 저변에 만연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더구나 사리사욕에 눈먼 담당자들의 안전규정 무시를 통제하지 못하는 느슨한 규제와 가벼운 처벌, 어려서부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실질적 교육 부재 등으로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 저변에 ‘설마’와 ‘이기주의’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된 안전불감증은 개인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까지 무너뜨려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K-water는 전라북도 내 3개 다목적 댐과 5개 광역상수도시설을 운영관리하는 전북 도민의 식수원 책임자이다. 시설물의 특성상 사고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취약시기 시설물점검과 주기적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한 준비에 철저함을 기하는 등 다른 안전사고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혹자는 ‘안전불감증’이란 안전한 곳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니 우리 사회는 ‘위험 불감증’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빨리빨리 민족답게 대형사고도 빨리빨리 잊는 망각의 동물로 돌아가서 언제까지 후진국형 참사를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안전한 곳임에도 혹시나 안전하지 못한 곳은 없는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찾아내는 진짜 ‘안전불감증’에 걸린 나라를 기대해본다.
고양수<수자원공사 전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