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50년, 임병찬의 발자취
언론인 50년, 임병찬의 발자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0.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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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망루에 서서’ 회고록 출간

▲ 전북 언론게의 원로인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이자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가 언론인으로 살아온 5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회고록 '역사의 망루에 서서'를 냈다.
 전북 언론계의 원로인 임병찬(78) 전북도민일보 사장이 언론인으로 살아온 지난 50년의 발자취는 전북의 역사나 다름없다. 새만금 사업 등 지역 현안의 최일선에서 그는 지역발전을 주창해왔고, 곰티재 대형교통사고(1966년), 이리역 열차 폭발사고(1977년) 등 유례없는 대형 참사의 현장에서 눈물을 훔쳤다. 방송과 신문을 오가며 올해로 언론인 생활 50년째를 맞은 임 사장은 말 그대로 전북 언론, 전북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가 회고록 ‘역사의 망루에 서서(신아출판사)’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릴 때부터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으나, 그 소중한 경험은 자신에게 무한한 힘이 됐다는 한 원로의 뼈에 사무친 고백은 고투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도 “회고록에는 기복과 부침이 심했던 역사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각종 난관을 뚫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한 인간의 고뇌와 희망, 좌절과 도전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며 “지난 50년의 삶이 장엄하면서도 눈물겹게 묘사돼 있다”고 소개했다.

회고록에는 어린 시절 가난의 설움과 오직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학창시절의 열정, 그리고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다. 평기자에서 언론사 CEO로 취임한 후 지역발전을 위해 고뇌하고 투쟁하는 도전과 희망의 역사 또한 담대하게 묘사돼 있는 것. 현직에서 언론인 생활 50년을 맞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는 일로, 켜켜이 쌓인 그 소중한 시간을 토해내기엔 564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도 아쉽기만 하다.

 진안이 고향인 그는 철들기 전 12살의 나이에 전주로 유학을 오게 됐지만 6.25사변 이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게 되는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전주북중학교 재학 시절에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시험장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전주고 입학과 함께 2년 6개월 동안 신문배달을 하며 주경야독의 꿈을 키웠다. 고교 때부터 식구들의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기에 더욱 독하게 공부했지만 대학에 낙방하며 처절한 좌절을 겪었다.

 고난을 딛고 다시 공부에 매진해 1957년 12월 고려대 문리대 사학과에 합격하지만, 이번엔 대학 등록금이 없어 다시 절망에 빠진다. 이때 전주고 배운석 교장, 전북일보 사장이었던 故 서정상 박사의 도움으로 마감 직전에 가까스로 등록금을 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생면부지의 객지인 서울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병환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의 생계까지 도맡았던 청년 시절에는 국회의원 후보 찬조연설, 공사판 노동일 등 돈 되는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 대학을 졸업한 후엔 낙향해서 전주 아중천 제방을 쌓는 취로사업 공사장 감독을 맡아 절박한 생활고를 해결하기도 했다.

 고통과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그는 1965년 전주MBC에 입사하면서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는다. 평기자 시절엔 특종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전주MBC 중역을 거쳐 여수MBC 사장과 다시 전주MBC 사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인 CEO로 활동, 지난 1995년 6월 전북도민일보 사장으로 취임해 현재에 이르면서 전북지역 언론의 거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키운 팔 할은 바로 지독한 가난. 그래서인지 몰라도 임 사장은 언제나 그늘진 삶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지원 방안을 고민했다. 장애인먼저전북실천협의회장(96년 7월), 전라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2000년 11월), 적십자사 전라북도지사 회장(2001년 11월) 등을 역임해 열정적으로 일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 사장은 또 자신이 학창시절에 받은 장학금 은혜를 되돌려 주기 위해 1986년부터 30년 가까이 사재를 털어 후배들에게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 기타 제반 교재 구입비와 합격한 대학에 가는 여비까지 포함한 장학금으로 마음을 나눴다. 이 사실은 임 사장의 장학금을 받은 청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임 사장의 아호를 딴 ‘의송회(議松會)’를 만들어 ‘장학금 릴레이’에 나서면서 최근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전북의 낙후되고 가난한 현실에 맞서 균형발전의 철학과 신념을 설파하는데도 여념이 없던 그다. 지난 2004년 1월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로 취임한 후 언론인이자 사회단체 단체장으로서 전북현안을 위해서라면 최전방에서 앞장서 왔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지역 차별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새만금사업 지속 추진, 태권도원 유치, 새만금 특별법 제정, LH 투쟁,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등 전북의 굵직한 현안마다 그의 투쟁의 역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임 사장은 “내 삶의 후일담을 통해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후배들에게 열정으로 올곧게 한 우물을 파면 고단한 삶의 벽을 넘어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집필했다”며 “고난은 뼈를 여물게 하는 자양분인 만큼 어떤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고 말했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과 안홍엽 하림필에드 사장, 윤석정 재전 진안군향우회 회장, 김택수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김광호 전주고총동창회 수석부회장, 김학수 변호사 등 지인 6인의 초청으로 31일 오후 5시 호텔 르윈(옛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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