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전북도 민간위탁 사업
제동 걸린 전북도 민간위탁 사업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10.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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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21건의 민간위탁 동의안 줄줄이 미료안건으로 처리
▲ 제10대 전북도의회 개원식 장면. 전북도민일보 DB.

 전북도의 민간위탁 사업이 사전검증의 벽에 부딪혔다. 매년 본예산에 예산을 세워 전북도의회 심의를 거치면 큰 문제가 없었던 민간위탁 사업이 사전 절차인 의회 동의안 처리에서 무더기로 미료안건으로 분류된 것이다. 도의회는 이번 기회에 얼렁뚱땅 진행해온 동의안 처리부터 엄격히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 민간위탁 사업에 급제동을 걸었다.

 ■ 장도(長刀) 빼든 도의회: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강병진)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지난 16일 임시회에서 전북도가 상정한 21건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줄줄이 미료안건으로 처리, 집행부에 충격파를 줬다. 산경위는 이날 의안심사에서 “전북도가 관련 조례와 시행규칙을 어긴 절차상 하자와 심사에 필요한 감사자료나 운영성과 평가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아 심도 있는 검토가 어렵다”고, 동의안 처리를 뒤로 미뤘다.

 산경위는 20일 오전 11시에 자체 회의를 갖고 동의안 처리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산경위는 집행부에 민간위탁 사업 내역과 성과평가 등 각종 자료를 추가로 요청해 놓았다. 문제를 이번 제동을 통해 과연 ‘얼렁뚱땅 관행’이 개선될 것이냐는 것이다. 현행 전북도 사무의 민간위탁 기본조례와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지사는 민간위탁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매년 사업별 운영성과 평가를 한 후 그 평가 결과를 전북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전북도는 이런 절차를 무시했고, 집행부가 기존 민간보조 사업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도의회의 주장이다. 김대중 의원(익산 1)은 “집행부가 민간위탁 사무 동의안을 무더기로 제출하고 정작 이를 심사할 평가결과 등은 아예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며, 부실한 자료 제출과 절차 무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논란의 발단은 ‘전북도 사무의 민간위탁 기본 조례’를 작년 5월 10일 일부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도의회는 당시 “전북도가 민간위탁을 주기 위해선 사전에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되, 의회에서 예산을 세워주면 민간위탁을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특히 계속사업에 한해선 사전에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예외조항을 추가해, 매년 추진하는 민간위탁은 예산을 세우기 전에 의회 동의를 얻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올 10월 임시회에 39건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무더기로 처리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고, 급기야 상임위에서 대거 미료처리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동의안 처리마저 요식행위의 형식적 절차로 전락해 근본 대책을 논의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문화관광건설위의 심의에서는 14건의 동의안을 단 120분 만에 뚝딱 처리, 1건당 8분 정도 걸리는 벼락치기 심의에 나서 논란이 증폭됐다. 위탁 절차를 밟아야 할 전북도나, 이를 엄격히 심사해야 할 도의회는 사업별로 2~4장에 불과한 사업개요만 보고 동의안 처리에 나서 빈축을 산 것이다. 벼락치기 동의안 처리엔 어차피 본예산 심사 때 사업의 적정성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선행절차인 동의안은 그럭저럭 넘어가자는 집행부와 도의회의 편의주의가 작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전북도가 매년 추진하는 민간위탁 규모는 얼추 1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계속사업은 40건이며, 이들 예산만 해도 80억 원에 육박한다. 막대한 예산이 민간위탁을 통해 쓰이지만 동의안 처리라는 사전절차는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사후절차인 예산안 심사는 각종 로비에 휘둘리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의안 심사 자체가 부실 사업을 걸러내는 첫 번째 장치임에도 의회는 심사에 부담을 갖고 진중하게 심사 검토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외지업체가 공모를 통해 지역업체 몫을 독식하는 부작용이나 ‘무늬만 공모’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민간위탁의 효율성과 내실화를 위해 의회 동의 절차를 강화하고, 대상사업의 규모 등 관련 조례도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관련 조례에 따르면 수탁기간이 1년 이하의 일회성 사무로, 3억 원 이하의 단순 집행적 사무에 대해선 예산안을 승인받으면 의회 동의를 얻은 것으로 돼 있다.

 계속사업이나 3억 원 이상의 대규모 민간위탁에 대해선 매년 사전에 의회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엄격한 심사·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도의원 K씨는 “사전 동의절차를 신설한 것은 민간위탁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다각적인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자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요식행위로 전락하면 당초 취지와 어긋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동의 대상사업을 보다 구체화하고 평가·검증 방법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집행부와 의회 차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관련 사업을 엄격히 따지고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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