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작동기제
착각의 작동기제
  • 조미애
  • 승인 2014.10.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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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온 하늘에 퍼진 노을이 동이 트는 듯하다. 일출과 일몰은 모양과 색깔이 참 많이 닮았다. 지금의 시각과 방위를 모른다면 착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한다. 보통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하여 착각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말을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하지 않았다고 착각한다.

1973년에 미국에서는「정신병원에서 제 정신으로 지내기」라는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데이비드 로젠한David Rosenhan 등 8명의 실험자는 스스로 병원을 찾았는데 이중 7명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1명은 조울증 진단을 받아 길게는 52일에서 짧게는 7일까지 입원해야 했으며 병명이 같은 그들에게는 서로 다른 처방전에 의한 약이 공급 되었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이 논문에서 로젠한은 ‘인간의 정신 진단은 내면이 아닌 맥락 속에서 내려지며 그러한 진단이 엄청난 실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이 발표된 후 분노한 어느 병원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진짜환자와 가짜환자를 구별하겠다면서 연구팀에게 도전장을 냈고 그곳으로 100명의 환자가 보내졌다. 3개월이 지난 후 100명의 환자 중에서 91명이 정상인 가짜환자라고 도전자는 발표했다. 그런데 병원에 보내진 100명은 모두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바 있는 진짜환자였다. 병원을 찾아와 증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의사에게 우선적으로 ‘환자’로서 카테고리화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체계에 부합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경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이 편견을 기반으로 하여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많은 행동은 고정관념에 따른 확증편향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기 때문에 사회적 쟁점이 되는 여러 사안들 중에서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편에 쉽게 동의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인용하고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점은 곧 착각의 문제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착각을 하는 사람은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성공적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심리 상태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래 사는 사람들의 특성이 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긍정적 착각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믿고, 그 사람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등의 낙관적인 판단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비관적인 사람들이 낙관적인 사람들보다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실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착각하거나 어떤 사건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여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사실을 착각하지만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도 착각한다. 스스로 성취한 것들과 현실에 대하여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착각에 의해 편향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착각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완성된 성취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일로 상상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나 절차는 그저 귀찮고 고단하기만 하다. 이 역시 먼 훗날의 일은 의미 중심으로 가까운 일은 절차 중심으로 생각하는 착각에서 비롯한다. 무슨 일이든 의미와 절차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착각의 작동기제를 바르게 파악하고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의미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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