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노벨상과 우리 교육
가을단상? 노벨상과 우리 교육
  • 임규정
  • 승인 2014.10.14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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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뜰 안으로 성큼 들어선지 오래다. 어느새 드높아진 하늘은 가을색을 한껏 드러내고, 나무에는 단풍이 하나둘 들기 시작한다. 가을이면 으레 기다려지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황금빛 물결이 밀려오는 가을의 논이 그러하고, 바삭거리는 낙엽이 잔뜩 떨어져있는 산책길이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하나, 가을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해마다 10월이면 전세계의 이목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 집중된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가장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예가 드높다. 그러나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은 생전에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군수물자를 생산했고, 노벨은 아버지의 사업을 도왔으나 사업이 파산한 이후에도 폭약 개발에 집중했다. 한동안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듯하였으나, 미치광이 과학자로 소문나는 바람에 공장을 재건하지 못해 배에서 폭약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후 고형 폭약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고,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도구인 폭약으로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였는데, 실제로 노벨의 형제가 사망했을 당시 그것이 노벨의 사망이라 착각한 기자가 죽음의 상인인 알프레드 노벨이 죽었다는 내용의 부고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세세한 내용을 지금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노벨상이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받으면서 노벨 역시 좋은 평가를 얻은 까닭이다. 이제 노벨상은 인류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업적 이외의 그 무엇으로도 받을 수 없는 상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한 까닭에 노벨상에 대한 염원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간혹 집단적인 것일 때가 있다. 그것은 때로 국가적 차원의 염원이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적, 혹은 인종적 염원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는 이맘때가 되면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은 나라는 개인을 넘어선, 저 영예로운 상을 향한 집단적, 국가적, 민족적 염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과학 부문에서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4년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의 이름은 없다.

문득 의문이 든다. 2012 OECD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34개국 중에서 수학 1위, 과학 2~4위를 차지했고, 전체 연구 대상 65개국 중에서 수학 3~5위, 과학 5~8위를 차지했다. 수학과 과학에서 모두 최상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 결과가 단발적이지도 않다. 우리 나라는 꽤 오랜 시간동안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구 결과로 보면 과학 부문 노벨 수상자가 나올 일이건만 아직도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정답을 고르는 교육을 진행해왔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답을 찾고 오답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빠르게 답을 찾고 그저 다음 문제로 넘어갈 뿐이다. 그러나 오답을 볼 줄 아는 자세는 비단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는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들은 어느 날 실험에 사용할 전기로가 고장이 나서 저온으로 실험을 강행한 덕에 고품질의 질화칼륨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의도한 온도를 맞출 수 없었더라도 실험에 도전해보는 정신이 이들에게 청색 LED를 안겨준 것이다. 플레밍이 페트리 접시를 잘못 관리한 덕에 페니실린을 개발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목표한 것, 의도한 것을 벗어나더라도 관심을 가질 줄 아는 자세가 그들에게 노벨상을 수상할 가치가 있는 연구 성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물론 노벨상 수상이 과학 수준의 절대적인 평가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반성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오답에도 관심을 가지고 고찰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임규정<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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