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관계형 금융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관계형 금융
  • 박의성
  • 승인 2014.10.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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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기관이 관계형 금융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영업력이 크게 위축된 저축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금융당국이 앞장서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일부 시중은행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정하여 장기여신 및 컨설팅 등의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이란 금융기관이 장기간의 거래관계를 통해 축적한 독점적 고객 정보를 대출심사 등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이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하여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수신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모델인 것이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신 취급시 신용등급, 재무비율, 담보 등 수치화가 가능한 정량적 정보만을 크게 중요시하는데, 관계형 금융은 이러한 정보 외에 지속적인 거래, 접촉, 관찰, 현장방문 등을 통해 얻은 정성적이고 사적인 정보도 중요하게 활용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관계형 금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소규모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중요한 영업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내 중소형 은행에서는 고객과 오랜 관계를 형성하는 기업금융전담역(RM; Relationship Manager)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장기간 관계를 맺은 고객의 사업을 깊이 이해하여 자금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뿐 아니라 고객의 재무상황이 악화된 경우에는 전문적인 컨설팅을 하거나 채권 보전조치 등을 취해 부실 확대를 방지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금융당국 주도로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여 지역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장기적 거래 관계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고객의 다양한 금융수요 충족 수단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물론 관계형 금융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개별 거래조건에 의해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계약형 금융이 관행인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실제 일본에서도 관계형 금융으로 대출을 해준 기업의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보다 유리한 대출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으로 거래처를 변경하는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과 활동영역이 겹치는 지역 금융기관에게는 관계형 금융이 적합한 비즈니스모델일 수 있다. 지역 금융기관은 규모의 열세로 인해 시중은행과 비슷한 영업 방식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만큼 직접 발로 뛰어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더욱이 관계형 금융은 지역내에서 단순한 자금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전체의 지속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박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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