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국립박물관 건립의 골든타임
익산국립박물관 건립의 골든타임
  • 이춘석
  • 승인 2014.10.0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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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는 묻는다. 왜 익산에 박물관이 필요한가? 그리고 전라북도와 익산이 그 건립 근거를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반대로 묻는다. 문체부는 왜 익산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는가?

 며칠 전 원광대에서는 익산국립박물관 신설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필자는 인사말을 대신해 이번 연구용역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태도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유는 그로부터 3일 전인 문체부 간담회 자리에서 비롯됐다. 문체부가 익산박물관 건립 관련 실무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용역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용역 발주 당시 ‘용역 수행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요구내용을 반영해야 하고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조건이 있었던 것도 밝혀냈다. 갑의 의지가 그대로 결과물이 될 수 있도록 고안된 용역이었다. 공정성을 애써 가장하고 있던 문체부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필자는 초선 시절인 2008년부터 국립박물관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사리장엄을 비롯해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이후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그렇게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익산에는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무릎이 꺾인 끝인 2011년 당시 정병국 전 문체부장관으로부터 미륵사지 출토유물의 문화재적 중요성과 국립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실제 연구용역비 2억원이 반영된 것은 올해연도 예산안에서였다.

 국립박물관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지 6년 만이었다. 정치권과 익산시, 익산시민들이 모두 합심해서 의지를 모은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많은 사업예산을 확보해내면서 터득한 이치로 볼 때 모든 사업예산은 용역비를 넣으면서 시작된다. 따라서 그 용역결과는 당연히 국립박물관 사업의 신호탄이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연구용역이 공정성을 잃고 또한 이로 인해 국립박물관의 꿈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다니. 만에 하나라도 6년 동안의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

 익산은 공주, 부여, 경주와 함께 4대 고도 중 하나다. 백제시대의 왕궁, 왕궁 관련 사찰, 산성, 왕릉 등 고대왕국의 4대 조건을 간직하고 있어 고도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앞으로 백제역사지구로서 정식 등재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4대 고도 중 국립박물관이 없는 곳은 익산이 유일하다.

 박물관이 없는 고도가 호남이 아니라 영남이었다면,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법한 이야기를 수년째 반복해 물었을까, 백제가 아니라 영남에 터를 잡았던 신라문화권에 박물관 하나를 더 하자고 했더라도 이렇게 저항이 심했을까. 이미 대선공약 뒤집기를 밥 먹듯이 했기에 국립박물관 건립이라는 국정과제를 백지화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인가. 4대 고도로 지정된 이후 재산권 행사의 여러 제한들을 기꺼이 감내해 온 익산시민들의 피해는 또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이 익산에 국립박물관을 건립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이 문제를 다시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박물관 건립의 ‘골든타임’인 것이다. 따라서 전라북도와 익산시, 익산시민의 의지와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아울러 본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동국대 용역팀의 공정성 확보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제 곧 중간보고서가 나오겠지만, 만약 용역 결과가 어떤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해 공정성을 저버린 채 우려한 대로 나온다면 우리 역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애초 익산의 역사적 가치와 미륵사지 유물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의 문화정책 문제를 정치문제로 만든 장본인은 전북도민, 익산시민이 아니라 바로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이기 때문이다.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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