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발자국을 볼 수 있어야 한다
  • 이신후
  • 승인 2014.10.02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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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예방을 목적으로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관을 내방하는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단순합니다.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은 그것이 가치가 있든 없든 새로운 것에 매달리게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본능 때문에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독은 강박적 경향, 집중력 저하, 애착문제, 낮은 자존감, 현실회피적 성향, 보상의존 등 개인적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중독의 원인은 개인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1차 사회인 가정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아동에게 가정은 ‘튼튼한 울타리 안의 따뜻하고 안전한 장소’여야 하지만 요즘 대부분 아동들에게 가정은 맞벌이로 인한 부재의 공간입니다. 그 부재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을 잊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줄 만한 사회적 장치가 부족한 현실입니다. 오늘날 학교와 사회에서는 경쟁과 승리가 중요 미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힐링’이 사회적 화두가 된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상처받은 개인이 있지만 상처받은 개인을 보듬어줄 사회적 장치는 없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지를 다지는 것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정과 사회의 역할입니다.

중독을 해결하는 데 있어 두 번째 요인인 가정의 역할은 가족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주는 것, 나아가 가족들과 여가를 함께 보내며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 현실에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입니다.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세 번째 요인인 국가는 개인과 가정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국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해결방안으로 내 놓은 것은 ‘강제적 셧다운제’ 정도뿐입니다. 드러난 증상인 청소년들의 많은 게임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셧다운제는 결국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유명무실화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의 근본적 원인인 끝없는 경쟁, 여가 문화의 부족,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사실상 국가밖에 없습니다. 1등 지상주의를 종식하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 다양한 여가 문화를 개발하는 역할을 국가에서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한 재정의와 교육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해진다고 해도 현대 사회인에게 이 둘을 떼어놓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잘 사용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의무일 것입니다.

게임이 재미있는 한 사람들은 게임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 회사에 게임을 재미없게 만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일입니다. 설사 국내 게임 업체들이 게임을 재미없게 만든다 해도 게임 유저들은 외국의 더 재미있는 게임을 찾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에서 밀린 국내 게임 업체들만 죽이는 꼴이 될 것입니다.

대신 즐거움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기능성 게임과 같이 게임의 재미적인 요소를 살리면서 교육적인 요소를 함께 살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눈앞의 증상을 해결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이면서 모두가 WinWin하는 처방이 게임 산업과 현대 사회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근본적인 치유’를 위하여 정부와 정치권에서 사회관계망을 재정비하여야 합니다. 치유란 드러난 증상을 당장 치료하는 것이라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찾은 뒤에서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빨리 가려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꾸준한 확인과 보완을 통해 느리더라도 깊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금세 사라질 희미한 발자국을 남기는 것보다 가치가 있습니다. 조금 늦게 가는 것 같아도 올바르게 가는 것이 가장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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