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리모
사교육 대리모
  • 김선남
  • 승인 2014.09.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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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교육 대리모’가 장안의 화제다. 국내 특목고나 명문대, 미국의 명문보딩스쿨이나 아이비리그에 자식을 보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교육 대리모로 칭해지는 이들은 연봉 1억 원으로 부잣집에 고용되어 그들 자녀의 교육을 책임진다. 유명 입시 컨설팅업체 말에 의하면 최근 ‘입시 대리모’를 구하는 부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사교육 대리모’는 우리 사회의 학벌 지향적인 왜곡된 교육관의 단면이다. 최근 들어 언론까지 ‘사교육 대리모’ 주제를 시사토크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적극 다루었다. <채널A>는 “...SKY大 책임져요” 강남에 억대 ‘입시 대리모’ 현주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것의 사회적 폐해를 파헤쳤다. tvN 시사토크쇼 <쿨까당>도 강남 사교육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또 MBC의 드라마 <마마>는 ‘사교육 대리모’가 된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높은 시청률(17.8%)을 얻었다(닐슨 코리아 조사, 2014.9.21).

통계청(2013)에 따르면, 우리의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 원인데, 이는 1인당 월 평균 23만여 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공식적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비공식적 금액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의 지인도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매월 200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그의 봉급의 40%를 차치하는 지출이다. 자녀의 사교육비는 가계 소득에 비례하여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더 많은 사교육비를 감당하지만, 그 자녀들은 성공의 기회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높은 사교육을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대리모’는 비정상적인 교육경쟁을 유발하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켜 빈부격차를 고착화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특목고나 명문대학 진학률이 사교육과 비례한다는 사실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서울대 신입생의 88.7%가 사교육 유경험자라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이 저연령대로 확산한다는 점이다. 최근 3세부터 취학 전 유아의 71%가 사교육에 참여 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수치는 고등학생의 사교육율보다 높은 것이다(아주경제, 2013.8.11).

미국 부모들도 우리 못지않게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는다. 미국도 학군이 집값을 결정한다. 학군이 좋은 지역의 집들이 더 비싸다. 미국인들도 큰 돈을 지불하면서 명문 공립학교에 배정되는 지역의 집을 구입한다. 또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는데 이는 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의 발전,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에 투자된다. 지역 주민들은 비싼 세금을 내지만, 그들 자녀들은 안전하게 자라며, 또 양질의 교육혜택도 받는다.

미국 부모들은 방과 후 자녀들의 학습 도우미가 된다. 사교육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주로 예체능과목에 집중되어 있다. 유명 사립중고교나 아이비리그 진학을 꿈꾸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아낌없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갖고 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방과 후 지도를 통해서 보충하게 되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특정과목에 한해서 운영되는 우월반에서 실력을 향상시킨다. 집단별, 개인별 차등적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개발된다. 또 공립·사립고교는 주요 과목의 AP(Advanced Placement)반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유명대학 입시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한다. 미국 중고등학교의 도서관에서는 과학, 수학, 영어 등 주요과목의 교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관리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의 친절한 보충 지도 교사가 된다. 공부하다가 어려움에 봉착한 학생들은 이들 교사를 찾아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미국 학교교육은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높이는데 성적 관리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고등 학생들은 매일 한 과목 이상의 과목(경우에 따라서는 2-3개 과목)의 퀴즈나 테스트를 받고 또 과제물도 제출해야 한다. 교사들은 매일 이 결과물을 즉각 평가하여 부모들에게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학생이나 부모는 학교교육에서 수행하는 모든 학습 과정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확인하여 이에 대응한다.

‘사교육 대리모’는 성적순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학벌주의의 산물이다. 또 이는 우리 사회의 공교육 한계와 이에 대한 부모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 교육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김선남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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