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기념관 건립
가인기념관 건립
  • 황선철
  • 승인 2014.09.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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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세월호 특별법 제정’문제로 정치권은 교착상태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금지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권력층과 부자들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와 가벼운 형량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인간이 존중받는 법률문화의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는 역대 법조인들 중 청빈, 강직, 공정, 사랑, 공감을 몸소 실천한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화강 최대교 서울지검장, 사도법관 김홍섭을 기리는 가인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전북변협은 법조 3현들이 전북 출신이면서 법조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인 김병로는 순창 출신으로 일본 압제에 대항하여 의병활동에 참가했으며 105인 사건을 비롯해 대동단 사건, 여운형·안창호 선생 등이 연루된 치안유지법 위반사건, 6·10 만세운동 등 독립운동에 참가한 인사들을 변호한 독립운동가였다.

 해방 후 초대 대법원장으로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을 기초한 학자였고 이승만 독재정권이 ‘정부시책에 협조하라는 사법부가 되라’는 요구를 거절하였으며 반민족행위 특별재판부 재판장을 역임하면서 친일파 처벌에 미온적인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법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청렴과 강직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가인 선생이 “내가 변호사 자격을 얻으려 한 것은 비참한 질곡에 신음하는 동포를 돕기 위하려 함이었다.” “세상 사람이 다 부정의에 빠져간다 할지라도 우리 법관만큼은 정의를 최후까지 사수하여야 할 것이다”,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면 법관으로서의 최대의 명예 손상이 될 것이고, 이는 법관 전체의 명예 실추가 될 것이다.” “법관으로서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사법부의 위신을 위해 스스로 사법부를 떠나야 할 것이다.” 라고 하신 말씀은 오늘날 법조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계구신독(戒懼愼獨,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에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언동을 삼간다)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선비정신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법조 3현 중 한 분인 최대교 검사장은 전북 익산군 삼기면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서울지검장 재직시절 반민특위 사건 당시 행정부의 입법·사법권 침해에 맞서 결연히 투쟁하였다.

 1949년 임영신 상공부장관 뇌물수뢰 사건에서는 당시 이 대통령은 이인 법무부장관을 통해 수사중단지시를 내렸으나 최대교는 ‘기소와 불기소의 결정은 검사의 전속권한’이라며 임 장관을 포함하여 관련자 16명을 수뢰죄로 기소함으로써 대쪽 같은 성품을 보여 주었다. 또한, 그는 생활에 있어서도 청렴과 결백, 근검과 절약한 삶을 살았다.

 한편, 사도법관 김홍섭은 전북 김제시 금산면 원평리에서 태어났다. 가난을 사랑했을 정도이고 사형수들의 아버지로서 그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으며 소외된 자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노력한 법관이다.

 선생은 “재직하는 동안 직장이나 동료에게 폐가 되거나 불명예를 끼치는 일은 않을 것, 적당한 보수 외에 어떤 불의의 이득을 탐하거나 특권 의식을 부려 지탄받는 일을 회피할 것, 기질과 역중에 맞는 자리를 골라 옮기도록 할 것 등”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살았다.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청빈한 삶은 타의 모범에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위협을 받고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으며 부정부패가 활기를 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치주의와 인간 존엄성을 몸소 실천한 법조 3현들을 기리는 ‘가인기념관’ 건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북변협이 추진하는 ‘가인기념과’ 건립에 정부, 지자체 등은 물론이고 전북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그 결실을 맺을 수가 있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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