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과 덕진공원을 연계 발전시키자
한옥마을과 덕진공원을 연계 발전시키자
  • 김성주
  • 승인 2014.09.28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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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 기간 한옥마을에 가봤다. 명절인데도 멀리 온 관광객들로 거리는 넘쳐났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모두 몇천 원 짜리 얼음과자 등 간식류를 파는 곳이고 정작 전주 특산품을 파는 곳은 한산해보였다. 특히 코를 맵게 자극한 문어와 고치구이 냄새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는 이제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매년 500만명이 몰려온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고 어떤 상품을 구입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이 슬로푸드의 고장이 아니라 값싼 국적불명의 간식거리 먹방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한옥마을의 ‘위기’를 얘기하면 화들짝 놀라는 분들이 있다. 잘나가는 한옥마을의 위기를 우리가 얘기하면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외지인들은 한옥마을에 와서 나쁜 이미지를 경험하고 한옥마을의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

 오늘날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 위기는 상업화와 공간적 한계에서 시작된다. 원래 한옥마을은 상업지구가 아니라 주거지구다. 아기자기한 살림집들이 모여 오늘날 한옥마을의 명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옥마을이 뜨니까 행정가들은 한옥마을에 볼거리가 없다는 불만을 듣고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늘기 시작한 대형한옥시설들은 마치 코끼리를 냉장고 속에 우겨넣듯이 한옥마을을 포화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이 사태를 겪고 또다시 행정가들이 생각해 낸 것은 한옥마을 다리 건너 무형문화유산전당 넘어 서학동으로 한옥마을을 확장시키려 했다. 이것 역시 코끼리 다리가 다리 건너 넘어간 것에 불과한 좁은 해결책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옥마을에는 올망졸망한 보통의 살림집만 남기고 문화와 예술이 넘치게 하고 상업시설은 과감히 전주 전역으로 퍼뜨려야 한다.

 한옥마을과 그 주변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축구를 하다가 상대진영이 잘 뚫리지 않으면 좁은 패스 대신 긴 패스로 돌파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 500만 관광객을 한옥마을만 들리거나 그 근처에서만 머무르다 그냥 가게 내버려두지 말고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덕진공원 건지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덕진공원과 건지산을 세계적 생태관광명소로 만들자는 운동은 그래서 시작했다.

 최근 차가 다니던 덕진공원호수 주변길이 드디어 차 없는 거리로 변신했다. 과거 호숫물이 넘어가던 물넘이길 즉 ‘무너미길’이 보행자전용도로로 옷을 갈아입었다.

 2010년 도의원 시절 천년의 역사를 지닌 덕진호수 제방길을 사람이 자유롭게 걷는 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 후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사업’의 첫 가시적 성과다.

 2년에 걸쳐 어렵게 도비를 확보했지만, 차량통제에 따라 마을 진입이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덕암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기간이 몇 년 걸렸다. 결국, 덕진호수 주변 차량을 완전통제하기보다는 부분통제방식을 택했지만 일방 추진과 반대 그에 따른 중단을 반복하는 대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해 원만히 추진한 것이 돋보이는 사례다.

 추석 연휴기간 시민들과 덕진호수를 답사하면서 무너미길을 보행자도로로 만든 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덕진호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덕진공원명소화사업을 추진해온 시민모임에서는 앞으로 천년의길, 천년의물, 천년의숲, 천년문화, 천년마을 등 5개 분과를 만들어 활동해왔고 시민공청회를 열어가면서 사업들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천년의물 분과에서는 덕진공원 수생태 복원을 위해 “덕진공원 수생태복원”용역결과를 보고하고 환경부 ‘비점오염저감사업’이란 이름으로 2015년 예산을 기다리고 있다. 수백억이 투자되는 이 사업이 진행되면 덕진호수는 단오물맞이가 가능할 만큼 수질이 개선되고 수량 확보 또한 가능해서 명실상부한 덕진공원의 옛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아울러 건지산을 포함하고 있는 덕진공원은 ‘전통테마숲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숲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1차적으로 덕진호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덕진호수를 걸을 때 따가운 햇볕으로 걷기 힘들었는데 숲 속 호수를 걷는 것처럼 보행자의 휴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는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주는 한옥마을에 이어 새로운 관광명소를 갖게 되어 명실상부 지나가는 곳에서 머무르는 도시관광의 매력지가 될 것이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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