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멘탈 갑(甲)
국회의원과 멘탈 갑(甲)
  • 김 진
  • 승인 2014.09.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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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일요일에 개그프로를 보는데, 국회의원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지난 4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처리도 하지 않으면서 매달 월급을 당당히 챙겨가는 것도 모자라 387만원의 상여금까지 챙겨간 강한 멘탈(정신)을 칭찬한다는 것이다. 또 늘 싸우기만 하다가 동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때는 똘똘 뭉친 그 강한 멘탈 역시 칭찬했다. 그리고 그리 칭찬받는 의원들에게는 상(賞)으로 레이저 박피 시술권 보내줄 테니, 그 두꺼운 얼굴 낯짝 좀 깎아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정치풍자를 넘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 국회의원 6명 중 1명은 법조인 출신

 이를 확대해석하자면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뽑아서 보낸 국회의원들인데 그리 매도하느냐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대 가만둬선 안 될 일이다. 한데 말이다. 좀 이상한 일이 있다. 지난 7.30 재보선으로 입성한 의원 15명 가운데 5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판사출신 나경원, 검사 출신 정미경·김용암·김제식 그리고 경찰 출신 권은희 의원 등이 그들이다. 뿐만 아니다, 국회 안에는 이들을 포함하여 47명의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있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은 법조인 출신인 것이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법조인 비율이 0.06%인 것에 비하면, 국회의원 중 15.6%가 법조인 출신인 것은 매우 높은 비율이다. 한데 그들은 왜 가만있는 것일까? 개개인에 대한 인격침해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권위까지 무시하는 그런 도전을 받고서도 왜 침묵하느냐는 것이다. 설마 그 개그맨의 얘기가 옳은 말이라 대꾸조차 못하는 것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말이다, 국회의원이 매달 900만원씩 월급은 챙기면서 다섯 달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하철이 5개월 동안 운행은 했지만, 승객은 단 한 명도 태우지 않은 것과 뭐가 다를까?

 * 보좌관이 ‘슈퍼 갑’이면?

 어쨌든 기왕에 ‘갑’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여담 하나 하자.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유급 인턴 2명까지 해서 모두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국회의원보좌관이라 하면 넓게는 보좌진 전체를 말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4급 보좌관 2명만을 일컫는다. 이 보좌관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해 보면, 국회의원의 권위에 기대어 정부 부처 등에 이른바 ‘슈퍼 甲(갑)’ 위세를 부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어서 이를 옛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 잔재가 남아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보좌관의 위치가 공공연한 슈퍼 갑이라면 국회의원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심지어는 대한민국 남성이면 누구나 짊어지는 민방위나 예비군까지 열외 되는 200여 가지의 특권을 지닌 귀하신 몸 아닌가. 한데 그처럼 큰 권력과 전문적인 법 지식을 가진 국회의원 300명에 보좌진 2,700명이 모여 있으면서, 개그프로에 의해 조롱당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씨름협회 행사장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입씨름 그만 하고, 씨름 한판 겨뤄서 여야관계를 풀어 보라는 조롱에 발끈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아무리 농이라도 손님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한데 말이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풍자나 조롱에 대한 여론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개그콘서트에 함께 했던 방청객이나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 말이다. 누리꾼들과 방청객들은 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의 생각도 국회의원들의 멘탈이 강하고, 얼굴이 두껍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개그맨이나 국민들이 풍자를 빗대 조롱해도 말 한마디 대꾸할 처지가 못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존경하는 의원님’들이 깊이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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