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금연을 바란다면
진실로 금연을 바란다면
  • 박기영
  • 승인 2014.09.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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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변치 않고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파한 불가의 말처럼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변하고 또 세태도 달라지는 것이 사실인성 싶다. 그뿐만이 아니다. 달라지는 사람과 세태에 따라 여태껏 숭상됐던 가치와 원칙들이 폐기되거나 폄하되기도 하고, 혹은 그와는 반대로 과거엔 하찮게 여겨졌거나 터부시 되어왔던 사상(事象)들이 갑자기 진리처럼 여겨지고 또 최선의 가치로 변모되는 경우도 허다하게 간파되고 있다.

 그런 현상 중의 하나가 아마도 흡연에 대한 시각과 금연이란 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흡연은 우리 선조들이 댕기 풀어 상투를 틀며 격식을 갖추었던 것처럼 젊은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등극하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이었고 남성 과시의 상징적 표상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담배는 예부터 지금까지 사색과 명상과 고독에 젖어든 사람들의 변치않는(?) 동반자이기도 하였다. 그래 그랬는지 대만의 문호 임어당은 흡연찬미론을 작성한 바 있고 또 그 글은 한동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였었다.

 헌데 그처럼 흠모되던 흡연행위가 요즈음에 와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회적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있고, 흡연자 역시 못 쓸 병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냉대받기 일쑤다. 한 마디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흡연자는 ‘재벌’, ‘가진 자’, ‘사용자’, ‘성공한 자’ 등과 함께 다수가 합심하여 마음 놓고 때려댈 수 있는 동네북 신세다.

 이런 와중에 최근 보건당국은 필요에 따라 민·관이 잠언처럼 읊어대는 OECD 통계치를 인용해 가면서 흡연비율의 절감에 목표를 둔다며 담뱃값 인상정책을 주도, 발의시켰다.

 헌데 국민건강과 의료재정 확대를 들먹이며 일사분란하게 담뱃값 인상작업을 추진하는 보건당국이나 또 그들의 행동에 ‘옳소’를 열창해 대는 금연 관련 단체의 사고와 행태에 이해되지 않는 바가 적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여 차제에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살펴보면서 진실한 금연정책 방향을 탐색해 보려고 한다.

 첫째는 모든 정책활동은 상위정책과 하위정책 간에, 또 목표와 수단 간에 일치성과 논리성이 유지되어야만 하는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정책은 물론 기존에 한국사회에서 진행해온 금연정책들도 일치성과 논리성이 매우 취약하다. 예컨대 외국산담배의 수입을 전면 개방하고, 또 국내산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KT&G라는 공기업이 독점토록 해 놓은 상태에서 정부가 ‘금연’을 거론한 것 자체부터가 난센스다. 따라서 진실로 우리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면, 담뱃값을 인상하기 이전에 외국산 담배는 금수품목화 하고, KT&G로 하여금 담배제조 및 판매기능은 폐지시켜야 할 것이며, 잎담배 또한 대마나 양귀비처럼 금지작목화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흡연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고 금연운동에 적극적인 사회단체 특히 여성단체에 대한 바람이다. 예컨대 여성단체는 담뱃값 인상에의 찬성이나 지원에 앞서서 여성흡연율의 상승추세가 현재의 한국적 상황임을 감안하여 여성흡연자들에게 흡연에 의한 여성들만의 특유한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서 여성흡연율의 감소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는 금연정책 구현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행해온바 흡연에 대한 규제나 제재 중심의 네가티브 전략보다도 금연 실천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전략을 겸행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바는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담뱃값 인상의 또 다른 목적인 의료재정의 핍박 해소에 관한 문제이다. 정부가 말한 의료재정의 적자폭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의료재정의 핍박 해소 정책 또한 담뱃값 인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먼저 줄줄 새는 복지예산, 보험금의 중첩지불, 위장 내지 과장입원, 보험사기 등과 같은 문제를 정비하여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박기영<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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