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ALS)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전세계적으로 유행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루게릭병협회에 기부하고, 다른 3명의 도전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시적 근육 수축을 느끼게 하는 얼음물 샤워로 루게릭병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체감해보는 취지로 시작되었는데,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다단계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세계 인구 71억명이 동참하는데 22일이 걸린다는 재미있는 추산하기도 했다.
지난여름 시작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국내외 저명인들이 동참하면서 대중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빠르게 확산이 되었다. 국내·외 경계를 넘어서 유행처럼 급속도로 확장될 수 있는 표면적 이유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의 활용과 다단계 방식 사용 등을 꼽을 수 있다. 필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대단히 성공적인 사례로 다른 사회문화 캠페인에도 귀감이 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표면적인 이유 외에 왜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재미와 유희성이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본인뿐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재미를 선사한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재미있는 이벤트이면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다.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이것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문화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의 하나이다. 둘째, 유명인의 참여와 릴레이 방식이다. 유명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 또한,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누가 누구를 지명할지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세 명이나 지명을 하기 때문에 미션 수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또 하나는 도전이라는 게임적 요소를 담고 있다. 도전의 형식이지만 너무 어렵거나 힘든 것은 아니고, 보통 물이었다면 관심도 확산도 이루어지기 어려웠겠지만, 그냥 물도 아니고 얼음물이다. 개별적으로 얼음물의 양이나 횟수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얼음물로 인한 고통은 지속적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끝나 한바탕 웃음이 이어진다.
많은 화제만큼이나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성과 또한 고무적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몇 배의 기금이 모금되었고, 무엇보다도 루게릭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늘어난 점이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부분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참여 홍보 기사들이 참여 자체에만 중점을 두고 있고, 루게릭병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찬바람이 나고 유행이 식었을 때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 환우들에게 지속적이고 이성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제 자선 활동에서도 지속 가능한 기부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은 34.5%로 호주나 미국의 기부참여율이 55~57%인 것과 비교해보면 기부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 사회의 캠페인과 사회공헌활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딱딱한 메시지 중심, 일부만 참여가 아니라 흥미와 재미를 주어야 한다. 이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공감과 참여는 필수이다. 또한,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일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 권할 수 있어야 한다.
K-water 전북지역본부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하여 장학금지원, 농기계수리 및 집 고쳐주기, 농촌 봉사활동과 농산물사주기, 명절 맞이 행사 등 크고 작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러 대중들에게 확산하고 재생산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스버킷의 성공요인을 교훈 삼아 대중을 끌어들이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재미있고 쉽고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확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고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