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 김효정
  • 승인 2014.09.22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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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명랑한 소설 관람 23.

 먼저 질문하나. ‘평생 아픈 대신 장수하는 자식과 건강한데 요절하는 자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꽤나 어렵고 힘든 질문이다. 이 질문에 양자택일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어리거나 부모가 되어 보지 않았거나 일 것이다.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 아름이의 질문이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그 나이듦의 속도가 LTE급인 아름이는 정상인보다 몇 십년은 일찍 늙어 조기 노화를 보이는 유전자 질환인 ‘조로증’ 환자.

 아름이의 꽤나 아픈 이 질문에 이웃집 장씨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정신과 몸의 나이는 이토록이나 큰 간극을 보인다. 그러니 그 간극 사이에 서 있는 열일곱 아름이는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어린 부모와 늙은 자식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두근두근 내 인생>은 비극적 삶의 행간을 눈물과 슬픔으로 채워 넣지 않는 다소 독특한 책이다. 열일곱 청소년의 희귀병에 능청스러운 웃음과 행복의 지혜가 함께 녹아있기 때문이다.

 미라와 대수는 사회적 나이로는 용납할 수 없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열일곱 살에 엄마 아빠가 되었다. 지금의 열일곱 아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고, 과거 부모는 열일곱에 새로운 역할 부여와 책임을 선사 받았으니 이 가족의 열일곱은 무척이나 드세다.

 팔삭둥이 아름이의 부모가 된 두 사람은 불안과 두근거림 속에 가정을 꾸려나가고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아름이도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란다. 그러나 아름이의 ‘조로증’은 찬란한 젊음의 아름다운 부모와 늙고 노쇠해져 죽음을 향해 가는 어린 자식이라는 역설적인 관계를 만들고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열일곱 소년의 마음과 부모보다 훨씬 늙은 여든의 몸을 지닌 아름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웃의 예순살 장씨 할아버지를 유일한 친구로 삼은 아이. 고통과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있지만 그 시간들을 결코 헛되이 두지 않고 그 안에서 인생에 대해 배우고 느끼는 아름이는 결코 자신의 병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의 삶을 응시하며 그 안에서 부모에게 청춘의 추억을 돌려주려 한다. 그 추억들을 재료삼아 소설 속 아름이가 완성한 또 하나의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은 불치병으로 난도질당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엄마 아빠를 위해 남긴 선물이다. 그리고 절망스러운 나날들로부터 도망치려했던 부모의 모습까지도 이해하는 아름이의 속 깊은 마음들은 ‘사랑’의 온전한 모습이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살아가는 아름이의 모습은 그 자체가 두근두근 경이로운 떨림이 된다.

 강동원과 송혜교의 캐스팅으로 이슈가 되었던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두 청춘 스타가 처음 해보는 부모 역할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려는 찰나, 열일곱 살에 처음 부모가 된 미라와 대수의 낯설음이 두 배우에게 오버랩 되면서 점차 그 낯설음에 익숙해져 가게 된다. 원작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스크린에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조로증’이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처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삶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포착해 내면서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사색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서 내일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설레고 충실할 것, 이것이 바로 아름이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두근두근’의 정체가 아닐까.

 김효정<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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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2014-10-08 13:43:29
기사 내용 중 '소설 속 아름이가 완성한 또 하나의 소설'은 ‘두근두근 이 여름’이 아니라 '두근두근 그 여름'입니다. 독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정확한 기사 작성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