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담뱃값 인상…생산 농가 ‘고사위기’
대책 없는 담뱃값 인상…생산 농가 ‘고사위기’
  • 왕영관 기자
  • 승인 2014.09.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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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홍개마을에 위치한 한 입담배 주재료를 재배는 한 농부가 바짝마른 담뱃잎을 힘없이 옮기고 있다. 사진=김얼 기자

 “담뱃잎 생산 농가들이 외국산 잎담배 때문에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번 담뱃값 인상 추진으로 재배농가 모두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18일 오후 90여 농가가 잎담배를 재배하는 완주군 이서면 홍개부락. 이곳에서 32년째 담뱃잎 생산을 하는 김동선(64)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김씨는 “정부가 담배재배 농가를 위한 보호 정책 없이 일방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결정해 담뱃잎 재배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담뱃값 인상은 세금이 오르는 것일 뿐 담뱃잎 생산 농가에는 아무런 도움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씨는 “외국산 잎담배 때문에 국내 농가들의 담뱃잎 납품 규모는 전체 50% 수준에 불과한 데 담뱃값 인상이 결정되면 결국 판로를 잃은 담배 농가들은 폐업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재배한 건조 담뱃잎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씨는 매년 1월 KT&G와 수매량을 정해 계약을 체결한 후 10월에 담뱃잎을 납품한다. 김씨가 재배한 담뱃잎은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당 8,796원을 받는다.

김씨는 “담뱃잎은 등급별로 편차가 있어 좋은 등급을 못 받을 경우 얻는 수익은 비슷하지만, 수매 등급측정은 예전보다 훨씬 더 엄격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은 담배 재배 농가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마을에서 담배 농사를 짓고 있는 한재호(65)씨 또한 정부의 담뱃값 인상 결정에 대해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씨는 “이번 2,000원의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0%가량 담배매출이 줄어들면서 담배 재배 농가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당장 30%가량 수매가 줄면서 경작이 줄어들 경우 담배 재배 농사를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이서면 담배 농가들은 담뱃값 인상 전에 농가의 피해를 보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 왔다.

전북엽연초생산조합 박종현 조합장은 이와 관련 “정부가 세수목적으로 가공품인 담뱃값 인상만 추진, 정작 1차 생산자인 담배 농민들의 피해와 매출감소에 따른 생계보전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담뱃값 인상을 위해서는 담배 생산농가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지역에서는 69개 읍면 438농가(226.6ha)가 담뱃잎을 생산하고 있으며, 완주군 이서면 담배 농가는 90여 가구로 전체 2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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