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문의 의미와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
“교황방문의 의미와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
  • 노대우
  • 승인 2014.09.1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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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4일 오전 10시 15분 서울공항에서 우리는 새로운 리더를 만났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래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지도자를 보게 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돌아갔지만, 방한기간중 ‘더 낮은 곳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세월호 참사로 많이 아파하는 우리 사회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방한기간 중 시복미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김영오씨의 손을 꼭 잡고 위로를 건넸으며,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서 인자한 미소와 함께 축복을 기도했다. 방한 일정 대부분을 소형차량을 타고 이동했으며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숙소로 이용하는 등 친 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교황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일각에선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우리 사회에 어떤 궤적을 남겼고 또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던져주었나?

 전문가들은 우선 `프란치스코 신드롬`의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정동일 경영학 교수는“지난 1년간 한국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책임을 지거나 고통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준 리더가 많지 않았다”며 “교황 스스로 낮은 자세로 임하며, 불행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어루만져 주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곽금주 심리학 교수도 “평화와 화해, 배려 등의 가치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인 교황이 한국 사회에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준 것 같다”며 “낮은 곳에 다가가는 소탈함과 더불어 서민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보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열풍은 자연스럽게 국내 리더들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홍순 전 바티칸 한국 대사는 “우리 사회 바람직한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리더들이 커다란 도전과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순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은 무엇인가`에 대한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 같다”며 “교황 방한이 구조적인 사회갈등을 일거에 해결해줄 순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한 하나의 큰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들에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모습과 경청하고 소통하는 배려의 자세, 모든 이를 감싸는 사랑의 정신을 알려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환호하고 열광했던 이유는 그분이 단순히 교황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신념을 전하고 있으며 겸손과 배려, 사랑의 실천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고, 일관된 생각과 말 그리고 언행일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수록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닌 진정성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황의 겸손하지만, 호소력 있는 행보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고 권위를 벗어난 소탈함과 소외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교황이 남긴 자취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대표이자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의 위상과는 별개로 만나는 모든 이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세월호로 인한 좌절감, 경제의 어려움, 빈부의 격차, 사회갈등, 이념갈등 등으로 분열된 사회, 불신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또 권위주의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기까지 한 소탈하고 겸손한 교황의 자세는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교황의 방문을 통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키워드는 소통과 화해임을 우리는 깨닫는 것 같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황의 친 서민적인 행보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단을 비롯한 각 공공기관들은 추석을 맞이하여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물품을 후원하고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이웃사랑 실천의 좋은 계기가 되어 사회 전반에 나보다 더 낮은 분들께 다가가려는 기운이 넘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실현시키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 모두가 더 낮은 데로 내려가 우리 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노력하고 모범을 보이는 역할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외된 우리 이웃을 돌보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화합과 소통, 그리고 협력에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노대우<국민연금 전주완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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