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는 국가의 책무이다
주거복지는 국가의 책무이다
  • 김윤덕
  • 승인 2014.09.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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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의미를 되새기지만, 초목마저 결실을 맺는 이 좋은 계절에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로 보답하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세월호법에 눈 감고 귀 막고, 시급한 민생문제는 ‘가짜’ 민생법안 밀어붙이기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언제쯤 국민들에게 시원한 가을바람과 같은 정치로 보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토교통위원회로 후반기 상임위원회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둔 주제가 주거복지분야이다.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는 국민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소득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 및 주택보장에 관심을 갖는 국가를 의미한다. 주거복지정책은 국가가 인간생활의 기본적 욕구의 하나인 주거생활을 최소한도로 보장하기 위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이다. 주거복지정책은 전 계층을 포괄한 주택정책이라기보다는 제한된 정책대상집단(주로 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에게 최소한의 주거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복지성격의 주택정책을 의미한다. 모든 선진국에서는 저소득층에게 물리적으로 적절한 주거를 공급하거나 저소득층의 주거비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택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8년 주택건설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영구임대주택’제도가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190,077호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1992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주택공사의 공공임대주택건설이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재정 및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국민임대주택’건설을 추진하였고, 노무현 정부는 2003년 9월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대책’ 발표하고, 향후 10년 동안 국민임대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호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또한, 2003년 12월에는 「국민임대주택의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2007년 1월에는 「부도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주거복지정책에 더욱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총 1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려고 했던 보금자리주택은 임대주택보다는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하면서 부작용을 낳았고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가 국토교통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평균 21개월, 최대 10년(128개월 소요)이 넘는 기간에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대기자도 올해 6월 기준 전국적으로 47,442명, 입주세대의 34%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의 부적격 입주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입주자 중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소득ㆍ자산기준 초과 등 부적격 입주 7,445건을 적발했다. 최근 4년간 723%가 급증한 것이다. 임대주택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입주희망자의 기회가 그만큼 박탈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구임대주택에 입주를 원하는 저소득층 및 주거취약계층이 여전히 많은데 반해 영구임대주택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향상, 저소득층 가구의 주거안정 등 보편적 주거복지를 위해서는 지역여건과 대기자 수, 대기기간 등을 고려해 균형 있고 계획적인 영구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입주자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상임위 변경 무렵, 전주의 한 임대아파트 부도로 인해 지역민들이 곤궁에 처하게 됐다. 필자는 명절 직전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주시장과 LH, 전북개발공사 관계자 등과 대책마련을 논의하기도 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닌 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임대주택 61만 7,205가구 가운데 12만 692가구(19.6%)가 임대료를 체납했고, 이로 인한 체납액도 364억원에 달했다. 또한, LH임대아파트 중 주택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25만 7,019가구 중 4만 7,557가구(18.5%)가 관리비를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관리비 체납액도 68억900만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의 임대료, 관리비 체납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주거비 부담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결국 주거취약계층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35조 제3항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구현하겠다던 정부는 본색을 드러내고 연일 세금 올릴 궁리만 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 부과, 주민세와 자동차세의 인상 등 사실상 증세임을 인정했다. 민생을 보살피고,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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