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인가족입니다
나는 군인가족입니다
  • 박혜경
  • 승인 2014.09.1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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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윤 일병의 애꿎은 목숨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절명하였고 6월엔 전역을 3개월 앞둔 임 병장이 GOP에서 함께 복무하던 전우들에게 총을 겨누어 젊디젊은 목숨들이 아깝게 스러져갔다. 이후 드러나는 간부와 기간병들의 사건 사고들이 군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게 흘러가게끔 연이어 터져 나왔다.

  나라 지키는 군인들의 희생과 헌신은 감사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건만 요즈음 벌어진 군 관련 사건 사고들은 군인들의 희생과 헌신에 흠집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들의 사기를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뜨리기에 충분하였다.

 왜 이런 사고들이 자주 일어날까. 대부분의 징집입대 장정들은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며 대학입시에 시달리다가 스물을 넘긴 남자어른이다. 몸은 자랐으되 마음은 여린, 대부분 가정에선 아직도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당사자 또한 보살핌에 익숙한, 몸집만 자란 어른인 것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달리는 현재의 교육 제도와 상황이 우리 젊은이들을 더디 어른이 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전한 성인만이 군대에 가야 한다. 군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일부의 입대 장정은 군대의 철저한 서열문화와 절대복종의 군대생활을 매우 힘들어하고 지휘 통솔하는 군도 그런 병사들을 장악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군에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생각되는 병사는 관심병사로 분류해서 관리하는데 관리를 받는 병사 편에서도 관리해야 하는 쪽에서도 ‘관심병사’는 마뜩찮다.

  일단 관심병사로 분류되면 미운오리새끼의 딱지처럼 따뜻이 배려하기보단 애물단지 취급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전군 내에 관심병사가 28,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숫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야 할 숫자라면 전투에 임해야 할 군대엔 애물단지가 맞다. 문제를 안고 있고 훈련으로 극복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좀 더 촘촘한 절차로 징집과 모병과정에서 이들을 걸러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부조리한 악·폐습을 척결해야 함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건강한 남자는 남북이 휴전 상태에서 대치중인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답한다. 유격 화생방 각개전투 행군 등으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확고하게 무장하는 군사 훈련을 해내고 선택한 군에 따라 21~24개월까지 의무복무를 한다.

  철조망 없는 바다의 해군으로, 조국산하의 육군으로, 영공의 창과 방패인 공군으로 육지에서 바다에서 영공에서 그 기간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해서 날마다 반복되는 고된 훈련을 받는다. 북과 대치중인 250km 철책선은 24시간 지켜낸다. 소수의 문제적 군인들 때문에 청춘의 날들을 바치는 젊은이들의 피땀과 목숨을 담보로 헌신하는 군인들의 노고를 접어두고 군 전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정녕 아니 될 일이다.

 군대는 국가 보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목숨 걸고 지켜내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거대한 조직이다. 우리나라처럼 징집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는 나라도 있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급료가 지급되는 직업군인으로 군대가 편성되는 국가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나라를 지키는 거룩한 소임을 맡은 것임에는 다름이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 군대는 정권을 잡고 유지하는 기틀로 이용되었던 군사정권 시대의 군대가 아니고 문민정부 참여정부를 지나 선진 병영문화를 만들어가는 길목에 있으며 이제는 분명히 명실상부, 정권의 상위개념인 오직 국가에 충성하는 군대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고 영토를 방위하는 군인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해야 함은 물론 사랑하는 이를 군대에 보낸 군인 가족들의 애틋한 마음을 위로해야 하며 희생된 국가 유공자들을 우대해야 한다. 오늘도 해 뜨는 고지에서 조국산하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통일 조국을 미래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칠 결의를 다지는 병사들의 함성소리 우렁차게 드높다.

  그러니 부디 어디서건 군복 입은 군인을 마주치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복무하는 그들의 희생과 헌신적인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보내 주시고 소수가 저지른 언짢은 뉴스를 접하더라도 그런 몹쓸 인간들을 제외한 대한민국 68만여 군인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훈련을 묵묵히 받아내며 한순간에 훅 죽음의 언저리까지 닿는 공포의 훈련일지라도 곁에 있는 전우와 밀어주고 끌어주며 극복해나감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 사랑하는 이를 군대에 보낸 군인가족을 대신해서 이해인 수녀의 “군인을 위한 기도”로 미필자로선 버거운 이 글 마친다.

 이 땅의 모든 군인들이
 몸 마음 건강하게 성실하게 인내롭게
 맡겨진 임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자신을 넘어서는 넓은 마음과 동료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으로
 나날이 새롭게 무장하는 투철한 투사이게 하소서.

 그들의 가족인 우리 또한 변함없는 초록의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보고 싶고 걱정되는 애틋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각자의 자리에서
 씩씩하고 용기 있고 절제 있고 참을성 많은 군인정신으로
 우리 또한 일상의 싸움터에서 최선을 다하는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늘 함께 하여 주소서.

 -이해인, ‘군인을 위한 기도’ 전문
 

 박혜경<전주 서신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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