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신주의를 타파하려면
금융보신주의를 타파하려면
  • 이병화
  • 승인 2014.09.04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각종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금융은 산업의 혈맥이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는 국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것이고 소득증대는 경제주체인 기업들의 생산증대를 통하여 가능하다. 이와 같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요구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이러한 금융인들의 행태를 보신주의로 몰아붙이면서 보신주의를 타파할 대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과거에 이미 써 보았던 것들이어서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는지가 의심스럽다. 보신주의는 자기보호라는 인간의 본능에 속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본능은 큰소리를 치거나 윽박지른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며, 그들의 세계에서 부단히 이어지는 생존원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선배들이 임시변통적으로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이나 정부관료들의 말을 믿고 대출을 취급했다가 수년 후에 그 대출이 부실되면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면서 희생양으로 내몰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사업성 평가니 관계형 영업이니 그럴 듯한 용어로 포장된 기준으로 대출을 취급했다가 나중에 그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에는 사업성 평가를 잘못했다느니 유착관계에 따른 대출이었다느니 하여 책임을 추궁당하는 꼴을 많이도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안 좋으면 안 되고, 실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담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출형태는 자금수요가 월등하게 많은 경제발전의 초기인 1960년대에서부터 창궐했던 풍조로, 대출해야 할 곳을 걱정하는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에도 리스크관리가 중요한 구호였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리스크관리를 외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이기에 그 기법에도 많은 발전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도 관리차원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리스크관리 기법 자체는 많이 발전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금융회사나 금융회사 임직원을 보호하는 소극적인 범위에 국한된 것이지, 이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하며 그에 맞게 관리하여 사업화하는 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말이다. 결국, 금융회사의 내부적인 관점에서는 리스크 기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일차원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이고, 대고객과의 관계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최소화하는 면에 있어서는 아직도 답답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성 평가다 뭐다 하면서 각종 자료를 징수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담보여부가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평가기준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담보라도 잡아 두면 나중에 그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에도 어느 정도 면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기업이나 실적이 저조한 중소기업은 사업성이 좋은 아이템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대출받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이어서 결국은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기 일쑤이다.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제재를 금융회사에 일임한다느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는 부실책임을 묻지 않겠다느니 하는 등 다양한 사탕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금융감독당국이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책은 과거에 수없이 많이 써먹었던 것으로, 부실화되는 시점까지 남아 있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 역시 금융회사 임직원뿐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약발이 제대로 먹힐지가 의문이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단 한 건이 부실화 되는 경우 그 부실로 인해 주홍글씨가 남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금융보신주의를 혁파하는 차원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 금융회사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 취급자가 형사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제재하여 주홍글씨를 카드에 남길 것이 아니라 인사평가에서 감점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래야, 열심히 일한 점도 반영될 수 있다. 현행 제도는 열 번을 잘하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그간 잘한 것들은 없어지고 한번 실수한 것만이 남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는 것이다. 한 번의 실수를 않기 위해 보수적이고 소극적이게 되며 리스크를 이유로 자기를 방어하는 관리중심적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회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게 되는 것이다.

인사평가에서 감점제도가 도입되면 감점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과거에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감점을 상쇄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여 취급한 대출이 나중에 부실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금융인생을 망가지게 하는 현행 제도는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금융보신주의를 해결할 수가 있고 정부정책의 온기가 기업에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고 많은 국민들이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병화<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고문/법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