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카니발라이제이션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카니발라이제이션
  • 박의성
  • 승인 2014.09.0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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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즈니스 세계를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한다. 그만큼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고 소비자의 취향도 자주 변하다 보니 시장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나간다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흔히 경쟁이라 하면 상대방과의 관계만을 떠올리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장에서의 경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종종 타 기업과의 경쟁 못지않게 자사제품 간 경쟁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기업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이 이미 시판 중이던 기존제품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경제용어로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라고 한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기존 제품의 확고한 시장내 위상으로 인해 애써 신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아도 소비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원래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동족포식을 가리키는 말이니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자사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데에도 딱 들어맞는 말인 셈이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자기시장잠식 정도로 대체할 수 있겠다.

가상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社는 국내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글로벌시장에서 선두자리를 두고 해외업체인 B社와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A社는 B社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자 기존 자사제품과 비교하여 성능, 편의성, 디자인 등이 대폭 개선된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A社 전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원인을 파악해보니 B社 제품의 경우 고객의 충성도가 워낙 높아 소비자의 이탈이 크지 않았던 반면 기존 자사제품의 판매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이 B社의 고객을 뺏어오기 보다는 오히려 자사의 제품 라인업 간 판매량 비중만 변화시킨 것이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음료, TV, 스마트폰, 자동차, 모바일게임 등 업종과 제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수 있다. 언뜻 보면 자사제품 간 경쟁하면서 자기시장을 갉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달성하는 데 이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는 것은 더욱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여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박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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