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실의 문아 열려라
세월호, 진실의 문아 열려라
  • 이동백
  • 승인 2014.08.3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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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 아빠가 46일간의 단식을 끝냈다. 모질게 단식을 이어가던 마음도, 단식을 중단해야 하는 그 애끓는 마음도 공감이 느껴져 가슴이 저려온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0일 가깝게 곡기를 끊고 병원에 실려가면서까지 유민아빠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간의 조롱과 손가락질에도 흔들림없이 유민아빠를 저토록 단호하게 붙드는 힘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0여일이 지나고 있다. 4월 16일, 온 국민은 진도 앞바다에서 학생들을 싣고 가던 여객선이 침몰하였다는 놀라운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에 다들 안도하며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저녁 무렵 사람들은 또다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원구조란 말은 거짓 보도였으며 300여명이 넘는 여객선 승객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선장을 포함한 일부 승무원들은 침몰 초기에 배를 빠져나오고…. TV화면을 통해서 구조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 많은 의문들을 품게 된다. 왜 배가 침몰하였는가? 왜 뱃속에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가득한데도 해경은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은 계속되고만 있었는가? 그 방송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뒤 SNS상에서 수 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었다. 왜 선장은 속옷 차림으로 구조를 받았으며 경찰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묵었는가? 오렌지 복장을 하고 세월호에서 뒤늦게 탈출한 사람들은 무슨 행동을 했으며 그들은 누구인가? 대통령은 그 절박한 시간, 7시간씩이나 연락조차 되지 못했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

 세월호 사고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말이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쇠고랑을 찼다. 화살은 구원파 교주라는 사람에게 엉뚱하게 날아가서 가짜 시신 소동을 불러일으키며 미궁 속으로 빠졌다.

 배에 탔던 294명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고, 아직도 학생과 교사, 일반시민 10명은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 참사 130여일이 넘도록 직면하고 있는 사실이다.

 유민이 아빠의 진실을 향한 목숨을 건 사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유민이 아빠를 비롯한 대다수의 피해자 가족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올바른 사태해결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수습만이 제2, 제3의 세월호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알고 있기에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조사단이 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교황 프란치스코가 대한민국을 방문하고서 남겨준 교훈이다. 그가 유민아빠의 손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한 것은 단지 종교적인 의례를 한 것이 아니고, 이 진실의 문이 반드시 열리기를 염원하는 엄중한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이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적당히 눙치고 넘어가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4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진실을 밝히라고 서명을 하였고, 수십만의 군중이 광장에 모여 외치고 있으며, 수만의 국민들이 승현이 아빠가 메고 걷는 십자가의 뒤를 따라 고행의 행군을 이어갔으며, 수만의 사람들이 자기의 살과 피를 깎는 단식의 고행에 동참하고 있다.

 전교조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우리에게 경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87.4%의 학생들이 삶에 있어 가장 큰 충격이었다고 응답하였고, 이 사건으로 인해 분노, 절망감, 우울감을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응답한 고등학생들이 ‘위험 상황에 처하게 되면 현장 인솔자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답변은 겨우 8.5%에 불과했다. 내 판단이나 친구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겠다’라는 답변이 75.6%에 달했다. 통계에서 보듯이 세월호 사건을 접한 청소년들의 사회나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국민들과 학생들을 더 이상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진실의 문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화두이다.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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