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는 눈높이를 낮춰야
‘초이노믹스’는 눈높이를 낮춰야
  • 김 진
  • 승인 2014.08.2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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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선 이후 내수경제 진작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이야말로 나라 경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의미를 담아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까지 들먹이고 있다. 그 방안에 하나로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고, 기업들의 임금을 올려서 내수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내용이야 다르지만,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고 몰아붙이는 의지만큼은 가히 ‘아베노믹스’ 적인 정책이다. 사실 경제를 전공하지 않고서는 아베노믹스라는 용어도 어렵다. 일본수상인 아베가 펼치는 경제정책이란 것 정도는 알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이노믹스’ 역시 최경환 경제팀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이란 것 이상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유보금에 대한 올바른 접근 있어야

 그래서 복잡한 얘기는 빼고, 걱정되는 부분 중에 기업유보금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본 저자는 2010년10월28일 본보의 경제광장에 실렸던 <저승 곳간과 기업유보금> 등 여러 지면을 통해서 과도한 기업유보금 문제를 지적해 왔다. 당시 2010년 상반기 집계로 상장사 552개의 유보율은 평균 700%였다. 상장사 552개가 자본금보다 7배나 많은 자금을 가지고만 있었던 것이다. 한데 최근에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우선 10대 그룹만 보더라도 2010년 331조원이었던 기업유보금이 2013년 말 기준으로 477조원으로 늘었다. 청년실업이 가속화 되고, 내수경기가 나락에 빠져 있는데, 10대 그룹의 지갑은 44%나 두꺼워진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유보금에 대한 과세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돈의 성격이다. 즉 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 있는 목적이 탈세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 돈을 축적하는 데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는가! 하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답은 ‘아니다’가 맞다. 한데 그 돈에 과세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에는 없는 얘기다. 독자들 중에는 일부 선진국들이 기업유보금에 과세한다는 보도를 접했을 것이다. 하나 그 역시 다른 얘기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기업유보금에 대해 일부 과세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등 특별한 조건에 국한하고 있다.

교황에게 배워라

 물론 일본처럼 납입자본금을 넘어 보유했을 때 1회에 한해 10%의 추가 법인세를 걷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문제가 있다. 우선 이익의 배당이나 투자에 대한 결정은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임이 분명한데 정부가 강제함으로써 기업 활동을 규제하거나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그 돈이 기업의 금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찰은 유보금의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이미 국내금융시장에서 부동산담보 등으로 대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회수한다면 오히려 가계나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을 죄일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가 정확한 진단으로 병명을 알아야 치료할 터인데, ‘초이노믹스’는 진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배당수익률이 무척 낮은 편이기 때문에 배당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의 배당금에서 외국인·기관·법인·대주주 몫을 빼면 일반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20% 정도다. 배당이 늘면 기업들의 자금력은 줄어들게 되고, 80%는 외국인·기관·법인·대주주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20% 역시 서민보다는 주식을 소유할만한 부자들의 곳간으로 쌓이게 되니, 배당을 늘려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경환 경제팀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곳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지금보다 눈높이를 훨씬 낮춰서 서민들이나 또는 더 아래로 돈이 흐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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