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 보장 위한 개혁 절실
군 인권 보장 위한 개혁 절실
  • 황선철
  • 승인 2014.08.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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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은 강군이 될 수 없다. 장병의 인권보장이 잘 되어야 전투력이 향상된다. 부모가 군에 보낸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면 군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군 창설 이래 수많은 사건사고가 은폐·축소되어도 군의 특수성과 폐쇄성으로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는 환부가 곪아 터져서 농이 흘러내리고 있다. 군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시점이 왔다.

 육군 제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은 군에서 벌어지는 폭력성과 사건수습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윤 일병은 의무병으로 배치된 3월3일부터 숨진 4월6일까지 선임병사들로부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들은 온갖 트집을 잡아 욕설과 인격모독, 추행, 구타 등을 수시로 가했다. 윤 일병은 싸늘한 시신으로 남았고, 사건의 진실은 왜곡되고 축소·은폐되었다.

 국방부는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소나기 피하기 식으로 급조한 대책을 내놨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 국회는 2005년 28사단 총기난사 사건이 났을 때 산하에 ‘국방 옴부즈맨’을 두어 병사들의 인권이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려고 했지만, 군이 반대해 결국 흐지부지됐다. 국방부는 남북대치라는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군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외면하였다.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정보공개나 민간참여를 배제해왔고, 그러다 보니 진상이 은폐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국방부는 13일 ‘병영문화 혁신방안’을 내놨다. 가혹행위 고발자 포상, 인권교관 증원, 일반전초(GOP) 부대 병사 부모 면회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도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으리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과와 실효성이 없었던 과거 여러 차례 대책의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군을 위해 이제는 병영문화, 군 사법제도, 장병 모집 방법 등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첫째, 군은 문민 통제와 법치의 강화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군인에 대한 인권 강화를 위해 외부인이 참가하는 ‘인권기구’가 상시 가동되어야 한다.

 둘째, 군내의 악·폐습은 비자발적인 징집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다. 군인의 질적 수준은 자발적인 의사에서 향상된다. 강요된 애국심과 충성심은 내용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모병제는 남북대치 상황과 비용증가, 저소득층 입대로 인한 사회 불평등 야기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유의사로 입대한 소수 정예로 유지하면 비용 절감과 전문성이 높아지고 징집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셋째, 병영문화의 개혁이 필요하다. 군은 다른 조직에 비해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다.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명령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지휘관의 자질향상과 부대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시에 신뢰가 쌓여야 전시에도 전투력의 증강을 가져올 수 있다.

 넷째, 현행 군 사법체계는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사단장·군단장은 군 검찰관과 재판장,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구속이나 기소 여부를 지휘·감독한다. 판결이 난 이후에도 형을 깎아줄 수 있다. 진급에 목을 매는 장교나 간부 등에 의해서 사건이 축소·은폐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통제된 군 조직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장병까지 공범이나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군 사법체계에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의 원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군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구조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군 복무 규율상 상관의 명령은 무조건 복종해야 현실에서 피해 군인이 당하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군 내부에서 하는 ‘셀프 개혁’은 그 한계가 있다. 외부의 신선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자기 보호에 급급할 뿐이다. 국회, 시민단체, 관계 전문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국방 옴부즈맨 제도’, ‘인권감시기구 설치’, ‘내부 고발자 보호제도’, ‘군 사법체계 개선’ 등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장병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우리 군을 강군으로 만드는 길이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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