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발효식품으로 꽃피운 로컬푸드의 꿈] 8. 프랑스 낙농업
[전통발효식품으로 꽃피운 로컬푸드의 꿈] 8. 프랑스 낙농업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4.08.2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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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프랑스 낙농업, 발효식품 치즈로 부활한다 - 프랑스 셍 막슬렝(Saint-Marcellin) 치즈

발효 식품과 관련한 프랑스 중남부 지방의 취재에서 와인과 수제 맥주 등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프랑스 치즈’라 하겠다. 한 유명한 프랑스 식도락가는 ‘치즈가 없는 식사는 한 눈 없는 미인과 같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프랑스에서의 치즈는 우리의 김치와 같다.

리옹에서의 와인과 그로노블에서의 맥주를 둘러보고 그 중간에 위치한 론 알프스 (Rhone-Alpes region) 주변 지역에서 치즈로 지역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소규모 농장을 찾아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우유에서 치즈로 전환, 선택은 베리 굿!!

대표적인 발효 음식 가운데 하나인 치즈와 프랑스는 그 역사가 깊다. 이미 로마시대에서부터 가장 좋은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한 프랑스는 다양한 치즈를 만들어 그들의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만큼 치즈가 필수적이면서 중요하기도 하다. 1~2시간이 넘는 저녁 식사 풀코스에 당당히 치즈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귀한 손님이 방문할 경우 최상의 치즈를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프랑스인에게 필수적인 치즈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원료인 낙농(목축)업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찾은 농장의 경우도 원래 자신의 아버지 대부터 목축업에 종사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힘든 목축업을 계속하기에는 육체적인 한계에 이르고 경제적으로 생각한 만큼의 소득을 올리기에 부족했다.

  아버지의 고된 일과를 보고 자란 아들인 파스칼(Pascal Beatrice) 씨는 우유만 생산해서는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과감히 치즈로 눈을 돌렸다. 파스칼 씨의 용기있는 결단은 이 지역 목축 농가가 다 동참할 정도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셍 막슬렝(Saint-Marcellin)이라는 지역의 대표 치즈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 고품질의 치즈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 위기의 프랑스 낙농업, 발효식품 치즈로 부활한다 - 프랑스 셍 막슬렝(Saint-Marcellin) 치즈- 사무실에 늘어놓은 각종 상패와 트로피
파스칼 씨의 농장은 수십 마리의 소들이 있는 거대한 우리와 그곳에서 바로 우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다양한 기계, 여기에 바로 옆 건물에서 치즈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장 옆에는 치즈를 사고팔 수 있는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치즈를 만드는 작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가 설치돼 있었으며 그간 소 사육과 우유 제품에 대한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상패와 사진들을 걸어놓은 곳이다.

셍 막슬렝 치즈. 파스칼 씨의 도전에 특별한 기술은 없었다. 치즈를 만드는 방법은 학교 등의 특별활동에서 배웠고 지금은 그 기술에 현장에서의 실전 기술이 더해져 오히려 치즈를 가르쳐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 위기의 프랑스 낙농업, 발효식품 치즈로 부활한다 - 프랑스 셍 막슬렝(Saint-Marcellin) 치즈- 관련 제품
흰색이 주를 이루는 셍 막슬렝 치즈는 발효 향이 강한 것과 냄새가 다소 덜한 치즈를 주로 생산하며 허브를 넣거나 후추 등을 첨가한 6~7종의 치즈 제품을 생산한다. 맛을 보라며 내놓은 치즈와 요거트가 다소 시큼하기는 했지만 농장주인 파스칼 씨는 “이 치즈로 다양한 요리에 접목해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지난 2001년 본격적으로 치즈 생산에 뛰어들었으며 자신의 농가에서 생산하는 연간 50만 리터의 우유 중 일부를 치즈 만드는 데 사용한다. 지금은 파스칼 씨를 비롯한 지역 목축업자들이 치즈 농가로 전환했으며 해당 지자체에서는 기술 지원과 함께 판로개척을 위한 납품 시 가격 지원을 받고 있다.
 

 ▲ 농가가 직접 치즈생산, 가격 경쟁력 충분

이번에 찾은 농장의 경우 앞서 밝혔듯이 우유생산에서 치즈와 요구르트 등 관련 유제품 생산이 한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은 물론 마을에서 생산한 밀이나 보리를 사료로 젖소들의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현장에서 갓 짜낸 우유에서 신선한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커져 주변 지역은 물론 대형마트에서의 납품 제의도 문제없다. 지금은 자체 로고를 만들어 대형마트와 음식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 시민들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사가기도 한다.

파스칼 농가를 비롯해 농가들은 연간 5만 유로(7천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제 생 막슬렝 치즈는 지역을 대표하는 치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인터뷰>파스칼 씨

▲ 위기의 프랑스 낙농업, 발효식품 치즈로 부활한다 - 프랑스 셍 막슬렝(Saint-Marcellin) 치즈- 파스칼씨의 모습
 “솔직히 프랑스의 경우도 낙농업이 많이 쇠퇴해가고 있습니다. 힘든 이유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프랑스 우유를 통해 고품질의 치즈로 승화시킨다는 자세로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아들 시몽(Simon, 21)까지 3대째 목축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자랑하는 파스칼 씨는 “지금의 소의 숫자로는 대량 납품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15마리 정도의 소를 더 늘려 대규모로 치즈와 관련 유제품을 생산해 지역의 이름을 알리고 프랑스 낙농업계에 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우도 낙농업이 많이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발효 식품인 치즈 산업을 통해 목축 농가들이 새로운 부를 이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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