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빗장이 열리는데…
쌀시장 빗장이 열리는데…
  • 황의영
  • 승인 2014.08.2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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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쌀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번복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는 누구든지 관세만 지불하면 자유롭게 외국산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쌀 시장이 개방되는 것이다. 처음 겪게 되는 일이기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농업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당시 주요 교역품이던 상품 이외에도 지적재산권이나 농산품을 포함하여 더 넓은 범위에서 교역을 확대하고자 합의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쌀 만큼은 문화와 정신, 식량안보, 국민적 정서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개방을 10년간 유예받았고 다시 10년을 더 연장했다. 개방을 유예받으면서 소비의 여부를 떠나 매년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간의 평균소비량의 일정 비율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이제 그 비율이 7.96%로, 이 최소시장접근물량(MMA) 쌀이 40만 9천 톤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423만 톤이었기 때문에 그 9.7%에 해당하는 쌀을 올해에 무조건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늘어난 최소시장접근물량은 앞으로 우리 농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정부는 관세율을 300 내지 500%로 하면 수입쌀 가격이 높아져 국산 쌀이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고율 관세를 부과하여 외국 쌀의 국내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에게 쌀을 수출하려고 하는 나라에서 이를 넘지 못할 벽으로 알고 가만히 있겠는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머지않아 관세율이 낮아져 우리 시장에 외국 쌀이 밀물같이 밀려들어 오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서 우리는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대책을 수립할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대비하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배워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지만 농업인들도 외국의 농업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고 대비를 철저히 해야 우리 쌀이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는, 쌀 시장 개방 협상경과와 전망, 국가적 득실, 준비상황 등에 대해여 솔직하게 국민과 농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려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경기(競技)나 경쟁에서 자만하면 안 되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반드시 패하기 때문에 우리 농업인들에게도 비록 쌀 시장이 열리지만, 우리 쌀이 결코 경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될 정부의 ‘쌀산업 발전대책’에 쏠리는 국민과 농업인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쌀산업 발전대책에는 우선적으로 안정적 생산기반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가격이 하락하여 경작을 포기하면 논은 황무지가 되고 우리 농업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농가소득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담겨야 한다. 휴경보상제와 일정가격 이하로 쌀 가격이 떨어졌을 때 보상해주는 가격보상제를 도입하여 농가를 보호하여야 한다. 또한,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규모화, 집단화, 품질개선 등을 위한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외국산 쌀의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시켜야겠다. 국산 쌀과 외국 쌀을 혼합되어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식당이나 쌀 가공업체에서 외국 쌀이 국산 쌀로 둔갑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의 감시기능이 활발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순조롭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재정과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포함하여 범정부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와 같은 여건임에도 먼저 쌀시장을 개방한 일본이나 대만의 사례를 연구하여 잘 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잘못된 것은 수정해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을 계기로 농업을 국가 경제의 신성장 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비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농업인들도 패배의식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은 쌀을 낮은 가격에 생산해 낼 것인가를 연구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사회의 보호와 사랑 속에 판매에 별걱정 없이 벼농사를 지어왔는데 이제는 냉엄한 시장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농협도 농업인과 함께 국산 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쌀시장을 개방하면서 농업인과 농협,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서 쌀 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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