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사회 열기 위해 부패라는 고개 넘어야 할 때
청렴한 사회 열기 위해 부패라는 고개 넘어야 할 때
  • 윤형섭
  • 승인 2014.08.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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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바로 영화 ‘명랑’과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역대 관객 수 1위로 한국 영화사를 연일 갈아치우는 ‘명량’의 한 대사이다. 승리조차 백성이 가져다준 천행으로 여기며 임금을 향한 의리가 아니라 백성을 향한 의리와 백성을 향한 충의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 등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곁에서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끊임없는 위로로 진한 감동을 주고 떠났지만, 교황의 모습에서 우리 국민은 세월호 참사를 딛고 새롭게 전진할 힘을 얻었다. 누구나 우러러보고 존경받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로 청빈을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사회는 지도층일수록 엄격한 윤리의식과 청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민관유착, 입법로비 혐의로 여야 정치인들이 금품을 수수하였다거나 향응을 받았다는 매스컴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부정부패나 비리 등은 순간의 유혹이나 부적절한 관계를 떨쳐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과 교황 방문을 통해서 지도층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국민을 향하고, 봉사하는 것이어야 하며 겸손과 청빈, 소통의 자세가 오히려 그들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명실 공히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섰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경제적 성장에 비해 청렴도는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고위 공직자 임명 시 청문회 제도가 생긴 뒤로 임명도 되기 전에 부도덕한 일로 사퇴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지난 95년 민선 자치 이후 단체장 뇌물 비리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어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다. 도내 자치단체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각종 비리와 연루되거나 측근들의 이권 개입 비리에 의해 사법처리 되어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했다. 맡은바 위치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할 때 국민은 청렴한 공직자라고 여기게 되고, 직무에 정직할 때 성실성을 인정받고 돈에 정직한 것이 다름 아닌 청렴이다. 공직자는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공직분위기 정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공직자나 공공기관은 매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서약 및 청렴결의 대회를 실시하고 청렴문화 정착을 위한 의지를 대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일시적인 노력으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끊임없는 관심과 자정노력과 무엇보다도 권위를 버리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윤리의식 부재와 조직문화 폐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다. 고위 공직자와 사기업체 간의 유착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퇴직 고위공직자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직자가 퇴직 후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관련 업무와 연관된 기업으로 재취업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이 이들의 재취업을 이용해 이들의 인맥이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조직이 불이익을 당할 때 이를 이용해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취업을 무조건 금지해 이들의 사회 기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보다는 투명한 공개를 통한 사회적 감시의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업이나 공직자의 낮은 청렴의식과 윤리는 부와 이익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주변 몇몇 누군가가 크든 작든 부정한 방법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내가 아니어도 타 기관, 타 조직의 일일지라도 청렴하지 못함은 공직사회 전체가 청렴하지 못함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요란한 구호보다는 내실 있는 철저한 준비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법과 제도를 잘 만들어 부패를 막아보려 해도 그것을 빠져나가려는 시도 또한 계속 될 것이다. 법과 제도 이전에 스스로 부정과 부패를 없애겠다는 노력과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마음가짐 즉 윤리의식을 갖고자 하는 자발적인 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와 배려가 뿌리내릴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어려운 시절 경제개발로 굶주렸던 보릿고개를 넘었듯이 이제는 부패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열기 위해 이제는 부패라는 고개를 넘어서야 할 시기다.

 윤형섭<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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