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전북도의회 속기사의 하루
고달픈 전북도의회 속기사의 하루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08.1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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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기사의 하루는 긴장과 집중의 연속이다. 업무에 들어가면 단 1초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말의 속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타이핑을 해야 하는 중압감과 피로감이 항상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서 국회 속기사는 15분마다 교대 근무를 한다.

 전북도의회 속기담당 직원들의 고달픈 하루가 주변의 공감을 사고 있다. 도의회 속기사는 지난 2009년 10명에서 이듬해 9명으로 줄어든 뒤 2012년 이후 3년째 6명만 근무하고 있다. 6개 상임위가 있으니 1인당 1개 상임위를 맡아 온종일 교대 없이 중노동에 시달린다.

 회기엔 예산안 심사와 행정사무 감사, 조사특위 감사는 물론 매년 늘어나는 자치법규 제·개정 등과 관련한 의원들의 발언을 신속·정확하게 부호화해 적는다. 이를 전문용어로 수필속기(手筆速記)라 한다. 비회기엔 속기부호를 문자언어로 치는, 이른바 번문(飜文) 작업을 진행해 하루 종일 허리를 펴기 힘들다. 도의회 8월 임시회 때 속기한 분량은 A4용지 1천400여 장으로, 200자 원고지에 담으면 5천500장 분량에 해당한다. 1인당 200자 원고지 920장가량을 속기한 셈이다.

 연말 정례회엔 회기도 길어 업무가 임시회 때보다 5배 이상 폭주한다. 교대 없이 1인당 4천 장 가량 기록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속기한 회의록은 도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 종료 후 10~20일 안에 공개토록 하고 있어 한시도 쉴 틈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원 애경사로 결원이 생기면 그야말로 '대책 없음'이다. 속기 업무는 기록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록의 착오나 오탈자를 허용할 수 없고, 심지어 토씨 하나라도 정정할 것이 없는지 4차례에 걸쳐 다시 교정을 봐야 한다.

 이들 직원의 업무 과부하는 전국 광역의회 의원 수 대비 속기사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속기사 1인당 의원은 전북이 6.3명으로, 17개 시·도의회 중 4위에 랭크돼 있다. 부산은 4.7명, 인천은 3.2명 심지어 대전은 2.8명에 불과하다. 속기업무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각종 공청회나 세미나, 간담회, 현지 활동 등이 증가하며 속기 요청 사례도 급증하는 까닭이다.

 한정된 인원이 교대 없이 완전가동 되다 보니 직업병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잖다. 6명 중 이미 4명이 경추통과 백내장, 양안 굴절장애, 손목 저림 등에 시달려 고달픔을 더해준다. 도의회는 "인력부족으로 휴식시간 지원에 한계를 느끼고, 직업병과 업무폭주에 따른 과부하를 없애기 위해 속기직원 3명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집행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전북도는 이에 대해 2명 정도만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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