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뻐꾸기 둥지’와 대리모
드라마 ‘뻐꾸기 둥지’와 대리모
  • 김선남
  • 승인 2014.08.1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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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드라마 ‘뻐꾸기 둥지’(KBS2-TV)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리모의 치밀한 복수에 초점을 둔 이 드라마는 <닐슨 코리아>의 종합시청률(2014.8.12)에서 3위(14.8%)를 기록했다. ‘뻐꾸기 둥지’의 높은 시청률은 불륜, 혼전임신, 고부갈등 등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이 드라마가 ‘대리모’ 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일까.

물론 대리모 문제를 다룬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SBS-TV)도 불임과 대리모 출산을 조명하여 30%에 육박한 시청률을 얻은 바 있다. 또 이것은 우리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불가리아(Diema F채널)에 수출되는 기록도 세웠다. ‘천만번 사랑해’는 우리 주변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대리모 출산을 공론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런 열기를 몰아 최근 서너 편의 영화들이 대리모를 소재로 제작됐다. 특히 윤여향 감독의 영화<윤희>는 대리모가 된 탈북여성의 삶을 심도 있게 다루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얻어냈다.

드라마나 영화를 넘어서서 현실에서도 ‘대리모’ 와 관련한 사건들이 종종 핫이슈가 되곤 한다. 최근 벌어진 호주인 부모와 태국인 대리모 사이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호주인 부부는 태국 의료기관의 주선으로 대리모 파타라몬 찬부아에게 1만4천900달러(1천546만원)를 주고 출산을 시도했다. 찬부아는 두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하고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찬부아는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았는데 아들이 다운증후 증세를 보이자 호주인 부모는 딸만 거두고 아들은 외면했다. 이 사연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면서 호주인 부모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국외 원정 대리모 출산의 폐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태국 정부는 상업적인 대리모 출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호주 정부 역시 국외 원정을 통한 대리모 출산을 금지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리모 출산은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이유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순수한 불임을 극복하기 위한 대리모 출산은 전체 건수의 절반에 머문다고 한다. 할리우드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아선호사상에 함몰된 아시아 남성들은 아들을 낳기 위해서 대리모를 고용한다. 또 어떤 중국인들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미국인 대리모에게 거금을 주는 모양이다. 일부 부유층은 젊고 머리 좋은 난자를 구매하고자 하는데, 또 그런 조건을 가진 대리모는 비싼 값에 팔린다.

우리 사회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적 정자 및 난자 매매나 대리모 알선이 성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금이 오고 가는데, 정자·난자 매매는 약 200~600만원, 대리모 알선 금액은 4000-5000만원이라고 한다(아시아경제, 2012.10.9). 우리도 누구나 돈만 주면 난자나 정자를 구할 수 있으며 아이까지 낳아주는 대리모를 접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우리가 대리모 현상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돈을 기반으로 하여 불법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또 그것의 사회적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리모 출산은 개인적 차원에서 보다는 조직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브로커들이 아이를 원하는 부모들과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 대리모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보편적인 과정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리모 출산에 동원되는 여성들 주로 생계 곤란을 겪는 여성, 급전을 마련해야만 하는 여성, 사체 변제 협박에 시달리는 여성이 다수라고 한다. 경제적 약자인 대리모 여성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대리모 시술에 내몰리는 셈이 된다. 심각한 점은 대리모 여성의 몸값이 몸의 조건에 따라 달리 평가되고 또 차등적 보상을 받는다는 점, 경우에 따라서 계약조건이 달리진다는 점 등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모 몫이다. 상당수 대리모들은 인권 침해(예를 들면 낙태나 폭력, 사기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열악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국민 상당수(80% 이상)는 대리모 출산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65.1%)도 ‘대리모 시술 권유’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데일리한국, 2006. 11.1). 그러나 우리의 대리모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추세를 보인다. 또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대리모 출산과 관련한 법과 제도의 마련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 특히 대리모로 내몰린 여성들의 인권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선남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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