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영어명부터 바로잡자] 3. 민족적 자존감 확립하자
[한식의 세계화, 영어명부터 바로잡자] 3. 민족적 자존감 확립하자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4.08.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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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명칭은 고유명사다. 따라서 우리 한식의 영어명은 민족적 자존심과도 연결된다.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확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먼저, 한국음식 중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불고기와 비빔밥의 영어명은 어떤 것일까. ‘bulgogi’와 ‘bibimbap’이다. 발음식 이름이다. 우리는 안다. 불고기와 비빔밥이 어떤 식재료로, 어떤 조리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음식인지를. 그러나 외국인이 이 영어명으로 음식의 특성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이미 접해본 외국인은 이해하겠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외국인이 이 음식을 주문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인삼(人蔘)’이다. 영어명은 ‘Ginseng’이다. 이 영어명은 바르게 표기한 것일까. 단연코 아니다. 이 역시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아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인삼, 사과, 김이 유일한 수출식품이었다. ‘Ginseng’은 인삼을 일본식 발음으로 표시한 것이다. 민족적 자존심을 잃어버린 대표적 사례다. 일본식으로는 인삼을 ‘한국의 당근(간고꾸노렌징)’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바보처럼 붙인 이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국의 인삼은 소리 나는대로 ‘INSAM’이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농협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INSAM’이라는 상표로 수출을 하고, 농림부Mark도 ‘INSAM’이 있다. 지금 안 고치면 영원히 오류를 후대에 물려주는 비극이 된다.
 

 잘못된 역사 바로잡기 나서야

 민족적 굴욕을 느끼는 비극하나가 또 있다. ‘부대찌개’가 그것이다. 부대찌게란 미군부대 식당에서 먹다가 남아 버리는 잔반을 한국사람들이 사다가 끓여 먹은데 연유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일명 ‘꿀꿀이 죽’이라고 불렀던 이름으로 어렵던 시절 미군들이 먹다 남은 잔반(殘飯) 속에 소세지(sausage)가 있거나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것이다. 치욕의 역사 흔적을 지워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보는 부대찌개 명칭을 ‘소시지찌개’로 바로 잡을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본보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촉구하며, 정부가 명칭 교체사업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더불어 전국 부대찌개 음식업소들도 스스로 민족적 자존감 회복운동 차원에서 ‘부대찌개’ 명칭을 ‘소세지찌개’로 변경해주길 바란다. 

 밥상에 차려진 우리 한식에는 밥 외에도 종류가 많다. 찬 중에는 국, 탕, 찌개 등 다양하다. 조리방법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한식의 영어명을 보면 국도 ‘수프(soup)’이고, 탕도 ‘수프(soup)’이다. 영어로 구별되어야 마땅하다.

 soup 함께쓰는 국과 탕은 다르다

 탕은 개념상 ‘concentrated soup’라고 구별되어야 한다. 원래 탕은 ‘국’의 한자어이며, 국의 높임말이다. 그래서 농축식품의 의미를 담고 있는 ‘concentrated’를 사용해 구별되어야 한다. 또 제사에 올리는 국을 탕이라고 한다. 탕은 끓이는 정도가 국보다 길다. 탕은 건데기가 많고 국물이 국보다 적다. 국보다는 다소 질이나 가치가 조금 높다는 관념이 있다. 국은 개인당 먹지만 찌개는 공동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식 중 탕을 소개할 때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고 한식의 우수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영어명으로 구별해줌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한식 음식업계에서는 지난 70여년 동안 국과 탕이 ‘soup’란 단어를 공통으로 사용되어 왔음에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체 현재까지 이르렀다. 이제라도 한민족의 음식인 한식의 우수성을 재확립하고 자존감을 갖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이 같은 사례는 전골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전골의 영어명으로는 ‘hot pot’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영어단어 ‘pot’은 냄비를 말한다. 그런데 냄비는 깊이가 깊어 전골과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전골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목적으로 ‘pot’ 앞에 ‘hot’을 붙여 ‘hot pot’이라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hot이 ‘뜨겁다’는 의미인지, ‘맵다’는 의미인지가 불분명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전골 영어명을 냄비보다 깊이가 얕은 ‘캐서롤(casserole)’을 사용해야 적절하다.

 ‘casserole’은 조리용어이자 조리기구도 된다. 조리이름을 앞에 붙이면 전골의 종류 이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전골의 종류가 달라질 때 ‘XX hot pot’은 3단어가 조합되어 어색하지만 ‘XX casserole’의 경우 2단어로 되어 일단 보기에도 좋고 외국인들에게 의미도 명확하게 전달된다. 나아가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마저 든다.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세계공용어인 영어로 기본명칭을 정해 널리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요리 선진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견주려면 단계별로 불어와 이탈리어로의 번역하는 노력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성천 기자

 <도움말=이부웅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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