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을 생각하는 기회도 갖자
민족을 생각하는 기회도 갖자
  • 송재복
  • 승인 2014.08.1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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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열리는 2014년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의 산업성장을 특성화하여 ‘신아시아 시대는 오는가’ 라는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처음 연변을 방문하고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조선족 자치주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서울의 아시아 포럼과 같이 동참하여 갔다. 학술대회가 끝난 후 문화탐방을 하였다. 과거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터인 용정시를 방문했다. 선구자라는 노래로 고등학교 때 우리가 익히 불렀던 유명한 바로 그곳이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방문했다. 이러한 일정 속에서 나는 연변, 용정 일대가 민족의 정기가 서린 곳임을 알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깊게 감동을 하고 놀라운 것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우리를 학술대회장에 안내하는 사람들이 70세 후반에서 80세가 되는 연변 대학교수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연변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총장이다.

 보이지 않는 민족사랑주의
 
 한국에서는 거의 노인당에 가실 나이에 있는 분들이 학생을 가르치시고, 특히 학술대회에 온 사람들을 호텔로 안내하고 체류일정의 가이드 역할을 손수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더욱이 학술대회에서 토론도 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78세 되는 어느 교수 분은 백두산의 경계를 연구하는 책자를 출판하기도 했다. 민족적 입장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저항하는 의미가 있는 백두산의 경계를 중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가지고 연구했다고 한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통일시대의 한민족의 땅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민족정신의 발로에서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연변 과학기술대학과 총장이다. 이 대학 총장은 우리 동포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육을 하고 이들의 진로와 인생을 열어가겠다는 신념으로 대학을 설립했다. 그리고 대학의 이념으로서 사랑주의(loveism)를 표방하여 기독교적인 정신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동포에 대한 민족애를 실현하는 삶을 사시는 분이다. 김 총장은 또한 북한 평양에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분들을 통해서 느낀 것은 정말 민족을 생각하고 통일을 그리워하는 분들은 정치가도 아니요, 사업가도 아닌 자기희생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랑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민족적 미움을 버리고 서로 하나가 되는 통일의 꿈을 실천하고자 평양에서 죽을 뻔한 고비까지 겪으면서 조국과 민족의 사랑을 열어가고 있다. 이분들의 숨겨진 이러한 노력은 분명히 우리의 통일을 앞당기는데 초석이 되리라 본다. 독일이 통일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적 정신이었다. 동독에도 시민의식이 자랄 수 있는 교회가 있었고 이렇게 성장한 시민을 통해, 비록 사회주의 정권이지만 동독 정권에 대해 비폭력적 저항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독도 역시 교회를 통한 사랑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동독 주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통일 비용을 기꺼이 투자했다는 것이다. 연변 과학기술대학의 총장과 교수들이 조선족 학생과 평양학생들을 중심으로 실천하는 기독교의 사랑주의는 이러한 면에서 우리의 통일초석을 튼튼히 쌓는 것이다. 이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는가.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보면 정책 방향도 서지 않고 방법이 별로 없는 현 우리의 통일관에서 볼 때 이들은 노령에도 보이지 않는 값진 노력과 희생을 바치는 것이다.

 바꿔져야 할 우리

 이러한 사실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과연 우리의 위정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의 근본적인 반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속에서 세월호 문제로 여야가 다투고 있고, 북한과의 대립적인 갈등은 그대로 있고, 일본과도 불편한 외교관계가 그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가진 힘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조국과 민족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가. 반성할 일이다. 다른 시사점은 우리는 통일의 비전이나 미래의 희망이 있는가이다. 중국 연변에서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과 같이 과연 우리는 동포와 통일의 준비를 하고 있는가이다. 물질주의에 빠져 생명의 존중과 배려를 하지 못하는 몰가치 한 사회,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 챙기기를 우선하는 사람들, 미래의 사회와 후손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들, 이제는 바꿔져야 되지 않을까.

 송재복<호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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