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보 설치 주저하는 지자체 속출
가동보 설치 주저하는 지자체 속출
  • 왕영관 기자
  • 승인 2014.08.18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5월 28일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가동보 뇌물사건 수사 브리핑 장면. 전북도민일보 DB.
올해 전북도내 지자체들이 하천 내 가동보 설치를 보류하거나 전면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별로 수백억 원씩 투자해 추진하고 있는 하천정비사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가동보란 물의 수압을 조절하는 장치로 하천의 수위를 조절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 도내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향의 강 정비사업 등 각종 하천정비사업에 설치되거나 설치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도내 50여 곳의 하천에 가동보가 설치됐고 올해만도 전주와 남원 군산, 익산 등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향의 강 정비사업과 생태하천 정비사업에 40여 개의 가동보 설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가동보와 관련한 각종 비리가 발생, 경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올해는 설치가 전무한 상태이며 도내 발주처가 물품구매를 수개월째 보류하거나 다른 대체품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완주군은 지난 5월 추정금액 109억원 규모의 삼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콘크리트 보 대신 수위조절이 가능한 가동보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여울형 보로 대체했다.

또 평덕지구와 해월, 남계지구 등 6개의 재해예방 하천사업에 가동보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순창군도 경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본계획에는 가동보 설치가 예정돼 있었지만, 기존 고정보를 그대로 쓰고 예산사정에 따라 가동보 설치를 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대체품이 돌을 쌓아 물을 서서히 흘러가게 하는 여울형 보나 콘크리트 재질의 기존보를 그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국지성 호우나 가뭄이 빈번해지고 있는 도내 기상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홍수나 가뭄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재난을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하천정비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지자체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갈수록 물이 부족해지거나 집중호우가 내리는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현대화 사업의 취지로 가동보를 설치하는 것인데 기존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형국이 된 것 같다”며 “관련법에 따라 정당하게 공개입찰 해 물품을 구입하면 될 텐데 가동보 사건이 도내에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물품구매 자체를 꺼리거나 보류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 국가차원의 재난대비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왕영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