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대의 자전거 통근 길
일곱 대의 자전거 통근 길
  • 김보금
  • 승인 2014.08.1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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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복이 지나면서 신기하게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올해 여름 내내 더운 날씨에 쾌적하지 못한 작업현장에서 이열치열로 일하고 있는 아줌마들을 만나러 다녔다. 우리 센터를 통해 취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녀들을 대하면서 전북경제의 중심에 그녀들의 손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평균 40대 중반인 그녀들은 불꽃이 튀는 용접현장을 지키는가 하면 지게차를 운전하며 공장 안을 누비기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부품을 조립하기도 하고 하루 24시간을 3교대 하기 위해 한밤중에 집을 나서서 한 평도 안 되는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근무를 하는 직원도 만났다.

 특히 미옥 씨는 이제 3년차 용접원인데 며칠 전에 퇴직을 하게 된 선배를 보면서 분명히 닮고 싶은 멘토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녀의 멘토는 19년 동안 자동차회사에서 용접을 하였다.

 20여 년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 여성 용접공이 출현했다는 것도 신기하였지만, 그의 직장인으로서의 굳건한 자세가 경이적이었다. 그녀의 회사 대표는 “어느 비 오는 날 출근을 하다가 목격한 광경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입구가 움푹 파여 빗물이 고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직무가 청소 담당이 아님에도 커다란 대비로 그곳을 정비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불편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이었다.”라고, 그녀의 인품을 평가했다.

 회사에서는 그러한 그녀를 정년이 넘은 3년 후까지 붙잡았다.

 퇴임식장은 참으로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직원 130여 명이 되는 생산직 현장직원이 서로 아주 귀하게 대접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19년 동안 이 직장을 다니면서 자녀를 기르고 가정을 잘 꾸릴 수 있었다며 장장 몸담고 일했던 회사의 무궁한 발전과 행운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기에 행운의 열쇠 하나를 제작하여 회사 측에 드린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그 뜻 깊은 행운의 열쇠를 표구하여 회사 내에서 중인환시할 수 있는 곳에 비치를 했다. 그러고도 회사 측에서 그녀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직원들 간의 우정과 정성을 가득 담은 다사로움 속에 퇴임식 의식을 끝마쳤다.

 그녀의 퇴임식장에서는 아들 같고 딸 같은 직원들이 서로 안아주면서 위로와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손을 흔들며 콧노래 부르며 출근하는 모습을 대할 수 없을 것을 못내 아쉬워들 했다. 그녀는 봉동에서 현장까지 19년간 출퇴근하는 동안 무려 7대나 자전거를 바꾸어 탔다. 눈이 내리는 날은 자전거를 끌다시피 하여 천천히 움직이면 되었고 비가 내리면 우산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등으로 자전거 통근을 즐겼다.

 요즘은 가임기 젊은 여성들이 임신 `출산과 육아문제로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경력단절여성들은 낮음 임금과 비정규직 확대로 이래저래 불이익을 많이 겪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남녀 임금 격차가 13년째 ‘부끄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17.8% 차이인데 우리나라는 37.4%나 격차가 크다. 특히 우리 지역은 대기업이나 인건비가 높은 괜찮은 기업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임금은 구인업체와 구직자 간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어 우리로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정의 폭이 별반 크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더욱 박차를 가하여 아줌마들도 정규직이요 상용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에 부심할 터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취업자의 59% 이상을 상용직으로 연계하였다.

 삼복더위에 어렵고 힘든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 특히 우리의 맹렬 아줌마 취업자들을 향해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고 따습게 안아주는 우리네 직장생활을 위하여!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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