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산하 A출연기관에 지난 1997년에 입사한 B씨는 전남 구례에 주소를 두고 17년 동안 통근하고 있다. 이 기관의 C과장도 2009년 입사 이후 지금까지 주소를 광주에 두고 있다. D출연기관의 한 간부는 1년 이상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있다가 지난달 부랴부랴 전주시 효자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도(道) 산하 출연기관 직원들의 ‘이중생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이학수 의원(정읍 2)이 자신이 속한 산업경제위 소속 8개 출연기관 직원들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파악한 결과 일부 기관은 전체 직원의 10% 안팎이 수도권이나 인근 광주·전남에 주소를 두고 전북을 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8개 기관은 전북생물산업진흥원과 전북신보,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전북자동차기술원, 전북테크노파크, 전북니트산업연구원, 남원·군산의료원 등이다.
이 중에서 전북신보와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등 일부만 전 직원들이 주민등록을 전북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E출연기관의 한 간부급 직원은 지난 2011년에 입사했지만 현재의 주소지는 충남으로 돼 있다. 입사 5년4개월 차의 한 팀장도 경기도에 주소를 놓고 전북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의원이 8개 기관 직원들의 ‘이중생활’ 실태를 파악한 결과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의회 자료 요구가 시작되자 뒤늦게 서둘러 주소를 옮긴 사례도 눈에 띄었다.
이 의원은 다른 위원회 소속의 공기업·출연기관과 보조단체까지 총괄 분석하면 그 규모는 상당수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녀 교육 문제나 가족 구성원의 특수사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준(準) 공직자에 해당하는 공기업·출연기관 간부들과 직원들이 수년 동안 전북에서 월급만 받고 주소지를 옮기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란 지적이다.
이 의원은 “전북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연 전북에서 월급을 받는 출연기관 직원들의 실태는 어떠할지에 대한 생각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숫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도 산하 출연·보조기관 전체 실태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