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숲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 조미애
  • 승인 2014.08.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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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녘 기온이 어느새 쌀쌀하게 느껴진다. 아직 8월 중순이므로 당분간은 더위가 계속될 것인데 날씨는 초가을을 느끼게 한다. 절기상으로는 입추立秋가 지났고 처서處暑 또한 멀지 않았으며 어느 해보다 일찍 맞게 되는 추석날이 백로白露이다. 달의 운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음력을 사용하던 농경사회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농사일에 도움이 되도록 만든 것이 24절기이다. 천자문에서도 운등치우雲騰致雨하고 노결위상露結爲霜이라고 하여 구름이 올라 비가 되고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고 24절기의 기후 변화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였다. 1절기는 다시 셋으로 나누어 일 년의 기후를 일흔둘로 세분화하여 그것을 72후라고 한다. 매우 과학적이고 계절의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머지않아 서리가 내리고 초목이 모두 뿌리로 돌아가는 계절이 되면 사람들도 자신의 조상을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찬바람에 일찍 잠이 깨어 베란다에 나갔더니 초록의 잎들이 웃으며 반긴다. 군데군데 누른 잎이 어린잎과 함께 줄기에 달려있다. 보랏빛 나팔꽃이 먼저 눈인사를 건넨다. 몇 개 안되는 화분이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나팔꽃 줄기가 화분과 화분을 이어주고 있다. 무성히 자라서 창문을 덮기도 하고 나무창살을 타고 오르다가 천청에 닿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게 되자 머물면서 서로들 뭉쳐 군락을 이루었다. 언제라도 함께 지상으로 뛰어 내릴 채비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격자로 된 창살을 넘어 간 잎은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함이다. 녹색의 잎은 햇볕을 받아 제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데 이때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우리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선물한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는 숲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 졌다. 숲이 사람의 몸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 산림치유라는 말 또한 유행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도 도시 숲, 가로수, 학교 숲 등 도심에 숲을 확대 조성함으로써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의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건설된 아파트 빌딩 숲으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열섬지대가 되어 버린 전주시를 이제라도 자연의 녹색 숲을 조성하여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왕벚나무는 하루 평균 15평형 에어컨 4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도로의 가로수는 자동차 소음의 75%정도를 막아준다고 한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1년간 만들어내는 산소는 성인 7명이 연간 필요로 하는 산소량에 해당할 정도로 잎이 무성한 나무는 공기 정화 효과가 탁월하다. 도심의 푸른 숲은 기온과 습도를 조절함으로써 우리에게 한층 쾌적한 생활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30년 전부터 ‘숲속 유치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숲이나 바깥에서 놀면서 스스로 배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매일 아침 숲속 입구에서 만나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오후가 되면 해산하기도 하고, 멀고 가까운 공원이나 바닷가 때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도 가는 숲속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져서 돌아다니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숲 속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논다.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는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영토에 기후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며 북유럽에 있는 교육강국이다. 바이킹 시대에는 영국의 일부까지 다스렸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이 분리된 이후 ‘작은 나라’가 된 덴마크는 무리한 성장과 팽창 대신 탄탄한 복지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통해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오늘 날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이루었다.

화분과 화분을 여린 줄기로 이어가면서 나팔꽃은 꽃을 피우고 작은 숲을 이루었다. 이제 곧 새까만 씨앗을 품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될 것이다. 느리게 변화하면서 무한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숲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경쟁보다는 조화를 배우는 우리 학생들을 보고 싶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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