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과 영웅
‘명량’과 영웅
  • 김성주
  • 승인 2014.08.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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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호머의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의 헥토르와 스파트타의 아킬레우스가 대결하고, 삼국지의 관우와 수호지의 무송은 동양소설 속의 영웅들이다. 소설가 이문열은 '영웅시대'에서 작은 영웅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난세는 영웅을 기다린다고 했던가.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이 순식간에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버렸다.

 너무나 잘 아는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군대 내 폭력 등 답답한 현실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해소 시켜줄 영웅의 등장을 열망하던 민심은 줄지어 영웅을 만나러 갔다.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때 홀연히 나타나 12척의 배로 3백척이 넘는 왜선을 상대한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영웅이야기다.

 또 하나의 영웅에 주목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기인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장군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파격의 연속이다. 예상을 깨는 발언과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한없는 애정표현과 실천이 세계인의 가슴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교황은 이미 록 가수보다 인기있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그분이 한국에 온다.

 그러면 우리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대통령은 밤낮으로 국민을 위하는데 싸움만 하고 있는 국회를 비난한 것이다.

 좋다. 그러면 세월호 사건이 터진 4월16일 밤낮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던 대통령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왜 대답하지 못하는가?

 국회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면서 첨예하게 다투는 이유가 성역없는 수사를 거부하는 여당 때문이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을 둘러싸고 세월호국정조사특위에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것은 모르는가?

 야당을 비난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연관된 문제로 다투는 여야에 대해 스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면 된다!

 '나를 포함해 성역없이 수사하고 책임자는 엄벌하라.' 그러면 당장에라도 여야는 합의를 이뤄내고 유가족들은 단식을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침체하였다는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왜 그것을 거부하는가.

 대통령의 잘못된 현실인식은 역사인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옛날에 쇄국정책으로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다. 우물 안 개구리 방식으로 한 번 잘못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우리를 우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완화의 폭탄을 터뜨렸다.

 진짜 민생대책인 올리라는 임금은 거부하고, 늘리라는 복지는 외면하는 대신 도박을 권하는 카지노, 환경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영리 병원 허용을 경제 활성화 해법으로 내놓으면서 '박근혜 노믹스'의 실체인 '줄푸세'의 진면목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

 '쇄국' 운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아마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든 국정역사교과서에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각종 규제를 과거 쇄국정책에 빗대어 설명하지만 높은 개방국가, 낮은 규제국가 대한민국에서 규제완화를 대외개방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호책을 규제라고 한다면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하는 것을 쇄국이라고 하는 꼴이다.

 조선은 쇄국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썩어 빠진 집권층의 특권과 부패 때문에 망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민생문제를 탐욕의 억제가 아닌 욕망의 발산으로 해결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앞날에 경고한다.

 우리는 재벌 특혜와 난개발, 국민부담을 초래하는 사이비 민생법안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진짜 민생법안을 다룰 것을 원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두 지도자가 떠오르고 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 약자들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쪽인가?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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