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영어명부터 바로잡자] 2. 표준안 제정절차의 문제점
[한식의 세계화, 영어명부터 바로잡자] 2. 표준안 제정절차의 문제점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4.08.1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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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연구재단은 한국관광공사와 국립국어연구원과 협동으로 지난 1년간 한식명의 세계화를 위해 주요 한식의 명칭을 영어·중국어·일어로 번역하는 연구과제를 실행했다. 지난 1년간 한식 연구가 원어민 등을 동원해 연구했고, 국민의견수렴기간을 거쳐 결과를 확정된 안으로 지난 5월 16일 발표했다.

 본보는 200개의 주요 한식의 영문번역을 기초로 조사를 진행했다. 전주(全州)는 ‘유네스코 음식문화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대한민국의 맛 대표도시로서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식의 명칭을 번역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맛의 고장’인 전주에는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지도, 홍보하지도 않았다. 형식적 요식행위로 서울에서만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어연구원은 음식문화창의도시 전주의 중요성 위상을 전혀 고려치 않은 셈이다. 과제를 수행한 한식 국내전문가는 물론이고 자문한 위원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번역상 개괄적인 문제점

 한식의 영문명을 번역하는 이유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번역된 이름만 보아도 음식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고기(Bulgogi), 비빔밥(Bibimbap), 김밥(Gimbap)처럼 음식명을 소리 나는 대로 정하는 것은 번역이 아니다. 번역이라 함은 내용과 뜻과 그 나라의 음식문화 정서까지 전달되어야 한다. 직역이나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은 우리말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음식 내용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어떤 음식인지 답답함만 줄 뿐이다. 그래서 한식명을 영어로 번역할 땐 절대로 직역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음식인 한식을 우리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한식명을 영어로 번역할 땐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분명하게 먼저 세운 다음 의미와 정서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번역한 명칭을 정립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식 세계화 영어명은 ‘원제명(번역명)’과 ‘부제명(발음명)’을 병기하는 것이다. 음식명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원제명은 음식의 의미를 세계인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번역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부제명은 고유명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함에서다.

 200개 한식명 바로 잡아야

 국립국어연구원이 발표한 200개 한식 번역명을 보면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 인터넷 포털에서 소개되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복사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유사성이 높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이름에 담아야 함이 마땅한 데 그런 고민을 한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부족하다. 음식은 완성품과 달리 조리과정의 특성에 따라 영어단어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발표된 200개 한식명을 보면 국, 찌개, 탕, 전골이 완벽하게 구별되지 않았다. 맑은탕, 매운탕도 구별하지 않았다. 무침과 채 역시 마찬가지다. 산적, 선 화채, 부각, 튀각, 술은 아예 포함조차 하지 않았다.

 한식명을 그대로 직역하여 뜻을 알 수가 없거나 뜻이 흐리거나 불분명한 것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식 번역명연구를 위해 원어민 등의 자문을 거쳤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결과로 보기엔 만족스럽지 못하다. 국가가 자국의 고유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자자손손을 위한다면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 음식이 담고 있는 정서까지 이름에 담으려는 연구 노력을 기울여야 함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에는 해방 이후 여러 권의 영한사전이 나와 있다. 이들을 망라하여 참고했어야 했다. 이것 역시 어문학자의 견해이지 한식연구가의 번역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기존 사전을 토대로 한식연구가의 철저한 자문을 받아 연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번역사들은 식품학자가 아니고 단순히 어문학적으로 한식을 영어로 직역하는 데에 그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은 한국 인삼의 정체성을 찾고 부대찌개의 역사적 굴욕을 후손에게 물려 주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한국음식이 200개밖에 없는가이다. 국립국어연구원 발표한 한식은 200개다. 이에 대해 문의하자 “먼저 200개 한 후 연차적으로 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한식의 조리특성을 고려해야

 우리 음식은 동일 식재료라 할지라도 조리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국과 찌개, 죽, 찜 등이 그렇다. 또한, 조리용기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조리방법의 특성에 따라 음식을 분류하고 세계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해 한식의 영어 번역명을 정할 때 한식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된다. 원어민들 역시 한국음식에 대해 조리과정과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번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 한식은 우리 음식연구가들이 더 정확히 안다. 하지만, 요리연구가가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식의 영어번역명은 한식연구가와 전문 번역사가 공동작업을 이룰 때 비로소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성천 기자
 <도움말=이부웅 전북대 교수(lbolbo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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