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상수도관 개량, 국가지원 절실하다
노후 상수도관 개량, 국가지원 절실하다
  • 강동원
  • 승인 2014.08.10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년시절 고향집 앞마당이나 집주변에는 대부분 우물이 있었다. 식수를 얻기 위해서였다. 당시 집집이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마을에 공동 우물터가 있던 동네들도 많았다. 우물가에서 어머니와 동네 아낙들이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물동이를 이고 가던 모습은 옛시절의 흔한 생활상이었다. 세월이 흘러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자 가정마다 끈으로 길게 이은 두레박을 대신해 펌프가 등장하기 시작했었다. 마중물을 붓고 연신 펌프질을 하던 모습도 이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추억거리가 되었지만 빈곤하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의 고단한 일상이었다. 지금이야 시골에서도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우물터지만, 과거에는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마시는 물은 쌀과 함께 생명을 이어가는 필수요소다. 우리의 몸은 대부분이 물로 구성돼 있다. 보통 신체의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졌다.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몇 주를 버티며 생존이 가능하지만 물이 없으면 일주일을 버텨내기 어렵다. 몸에서 물이 5%를 잃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12%를 잃으면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물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신진대사, 체온유지, 해독 효과 등도 모두 물이 해 준다. 그만큼 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깨끗한 물 공급은 먹거리와 함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소홀하거나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생명수인 식수를 적기에 제대로 공급하는 일은 당연히 국가의 몫이 되어야 한다. 깨끗한 물을 집집이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자 과제가 분명하다. 지금은 집집이 수도꼭지만 틀면 손쉽게 식수를 얻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우리나라에도 상수도 시설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상수도 보급률은 95%가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80년대 이전에 보급된 상수도시설은 시설의 노후화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운 재정여건으로 개량투자가 극히 부진하다.

 특히 전국 지방상수도 가운데 20년 이상 된 정수시설이 절반이 넘는다. 과거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기계식 여과시설은 시설노후화로 인한 정수처리 성능저하, 병원성 미생물 제거 불능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 노후 상수시설 개량이 지연되면서 불량 수도관에 의해 단수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민불편이 심각하다. 상수도 노후관이 전국관로시설 총연장의 18.3%에 이르고 있어 단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할 수돗물이 줄줄 새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의 수돗물 누수량을 수도요금으로 환산할 경우 약 2조 3천억원에 이른다. 매년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수도관의 심각한 노후화에 따라 녹물발생은 물론 누수 현상이 심각하다. 이처럼 경제적 손실과 국민불편이 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원부족으로 시설개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의 생활여건은 열악한데 식수마저 제대로 못 마시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노후 상수관으로 인해 배관 부식 등이 일어나 녹물이 나오는 수돗물을 마셔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지방에 대한 차별이자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깨끗하고 안전한 먹는 물 공급확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국의 노후 수도시설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지방에는 먹는 물 공급 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후 상수관 개량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조속한 노후 상수관 개량을 통한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부터 연차적으로 선택적 국고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정당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강동원<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