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장편소설 ‘완득이’
김려령 장편소설 ‘완득이’
  • 김효정
  • 승인 2014.08.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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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장 무서운 병은 ‘중2병’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심지어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지 못하는 이유도 중2병이 무서워서라는 인터넷 유머가 떠돌고 중2병 증상 테스트까지 있는 것을 보면 하나의 사회적 이슈임은 분명한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하게 겪는 심리적 변화나 반항, 허세 등을 빗댄 언어인 ‘중2병’.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러한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것일까.

 김려령의 청춘소설 <완득이>에는 소위 ‘범생이’라 할 수 없는 평범하지만 다소 문제적(?)인 아이 ‘도완득’이 등장한다. 요즘 중2병에 버금갈 정도로 어른들에게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딱 좋을 것 같은 열일곱 완득이는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자신 있다.

 이런 완득이에게 ‘철천지 원수’ 같은 인물이 있으니 바로 담임선생 ‘똥주’. ‘얌마 도완득’을 외치며 언제나 완득이를 주시하고 있는 담임 ‘동주’가 너무 귀찮은 완득이는 하느님께 ‘똥주 좀 죽여 주세요’라고 기도하지만 완득이의 소원은 도통 이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엄마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도, 무심한척 완득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도 바로 똥주다. 여기에 난쟁이 아버지는 완득이가 소설가가 되길 바라지만 완득이는 소설에 ‘소’자도 모르고, 주먹 하나에 자신 있던 완득이는 어느 날 시작하게 된 킥복싱을 통해 그 안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완득이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로 완득이와 조화를 이뤄간다. 특히 ‘똥주’와 ‘완득이’ 두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축이지만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엄마, 말더듬이 삼촌, 완득이를 ’자매님‘이라 부르는 외국인 노동자 ’핫산‘까지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완득이를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더불어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결국 할 줄 아는 것은 주먹질밖에 없지만 기죽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완득이의 모습이 감동스러운 것은 이러한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과 진부한 것 같지만 삶에 있어 꼭 필요한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완득이와 똥주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더불어 원작의 빠른 호흡을 따라가면서도 장애, 가난, 이주노동자, 문제아 등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마냥 어둡지 않게 풀어가는 동안 어느새 보는 이로 하여금 완득이를 응원하게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는 10대의 사춘기 시절을 우리는 누구나 거쳐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시절의 내 모습에는 무척 관대하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이 모양이냐’고 혀를 차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2병’이라는 희화화 된 단어 속에, ‘요즘 아이들이란’ 문장 속에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득이에게 똥주가 있었듯이 세상 모든 ‘완득이’에게 이 세상 어른들이 ‘똥주’가 되어줄 수는 없을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다.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인고의 과정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경멸이 아닌 격려의 말 한마디와 그들을 향한 공감이 필요할 것이다. 중2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그들의 꿈과 희망을 무시해 버리는 어른들의 거만한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김효정<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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