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기업소득환류세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기업소득환류세
  • 박의성
  • 승인 2014.07.29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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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잘 나간다는 국내 대기업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만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 기업경영성과 평가기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년 3월말 기준 국내 1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516조원에 달하며 이 중 30% 가량인 149조원이 현금성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에 비해 사내유보금은 90.3%, 현금성자산은 56.1% 늘어난 수치이다. 기업이 돈을 벌면 투자를 늘려 고용이 늘어나고 결국 가계소득이나 소비 등의 증대로까지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발생해야 하는데 기업내부에만 돈이 쌓이다 보니 선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경제팀에서 ‘기업소득환류세’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기업소득환류세는 기업이 돈을 벌어 지나치게 많이 내부 곳간에 쌓아둘 경우 추가적인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인 셈이다. 아직 제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기순이익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등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세한다는 방침은 정해져 있다. 다만 이 제도가 세수 증대에 목적을 둔 것은 아닌 만큼 투자, 배당, 임금 등을 많이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제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한편, 과거의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기로 하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이미 비상장 대기업들에 대한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도입했었다. 당시 적정 수준 이상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25%의 세금을 부과하다 1994년 15%로 세율을 인하하였고 1995년에는 기업발전적립금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지속적으로 완화한 끝에 2001년에는 이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소득환류세에 대해 찬성하는 측에서는 낙수효과로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는 법인세까지 다 내고 난 뒤에 남는 이익잉여에 또다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이에 더해 기업이 돈을 쌓아두는 것은 투자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대내외적 불확실성 때문이고 기회만 있으면 정부에서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선 미국은 일반법인이 배당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내유보금을 과다 보유할 경우 해당 유보액에 대해 2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소수 개인주주로 구성된 법인의 배당소득세 회피 방지를 위해 과다 유보금액의 일정비율을 10~20% 세율로 추가 과세 중이며, 대만은 납입자본금 등을 초과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1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박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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