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와 대체근무제
모병제와 대체근무제
  • 황선철
  • 승인 2014.07.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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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10분경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임모 병장이 부대원들에게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실탄 10여발을 발사해 5명은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2011년 7월에는 인천 강화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김모 상병이 내무반에 소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겪었었다. 사고 때마다 재발 방지와 병영문화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피 끓는 청춘들이 무참히 쓰러졌다.  

 군 수사당국은 임병장이 부대원들로부터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받았으며 사고 당일 소초에서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을 보고 화가 난 것이 이 사건의 동기인 것처럼 발표했다. 부대에서 임병장이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임병장 사건을 보면서 2005년 6월 19일 새벽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국군 28사단 소속 GP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반에 총기를 난사하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나의 군 생활에 대한 회상’이라는 칼럼에서 군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한 구타와 같은 인권침해가 비일비재 하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22년 전 군 생활과 지금의 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으며, 군에 대한 인식?주변 여건의 변화?군인들의 개성 등이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실에 합당한 민주적 훈련과 통제방안을 고안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병영생활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군이 운영되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2005년 6월 24일자 전북도민일보, ‘전북은 지금’란에서). 

 그 후 같은 해 7월 22일자 ‘징병제 대안을 고민할 때’라는 칼럼에서는 우리 헌법상 국민은 국방의무를 부담하고 징병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징병제는 “남북한 분단 현실과 주변 국가들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력에 의한 병력 징집의 수월성, 극히 적은 보수에 대해 높은 군사력 유지효과, 강제력에 의한 애국심 고취 등을 이유로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전쟁과 권위주의 시절의 쓰라린 아픔을 기성세대처럼 느끼지 못하며, 국가관과 세계관도 기성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현실 인식하에 징병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시기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2005년 7월 22일자 전북도민일보, ‘전북은 지금’란에서). 

 위와 같은 칼럼을 기고한지 9년이 흐른 지금, 군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징병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분적 모병제와 대체복무제를 실시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첫째, 징병제를 통한 애국심 고취는 개인의 양심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강제하는 것으로 그 실효성이 희박하다. 애국심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국가수호를 위해 헌신하게 된다. 일부 고위층과 부자들, 연예인들, 프로선수들의 병역기피나 선망하는 보직을 점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은 고사하고 허탈감을 안기게 한다.  

 둘째, 한창 중요한 시기에 군인이 된 젊은이들에게 극히 적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높은 군사력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다. 모병제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장비의 현대화로 인한 불필요한 병력의 과감한 축소와 군의 체질개선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군인들에 대한 우대정책을 펼친다면 청년 실업자를 군에서 흡수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군인들에 대한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남북한이 우호적인 관계와 평화공존을 위하여 상호 노력을 해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젊은이들이 자기 계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보도에 따르면 지금 군인 중에서 20%가 관심병사(군 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특별관리를 요하는 병사)라는 사실이다. 열 명 중 두 명이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머리가 쭈삣해지는 얘기다. 이들이 군에서 얼마나 제대로 적응할 것인지 의문이다. 모병제와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이 있다. 모병제 논의에 대한 보수와 진보간의 치열한 다툼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병제의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부분적인 실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수부대를 전원 모병제로 한다든지, 최전방초소 근무자를 전원 지원병제로 선발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것도 군사력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 필요하다. 대체복무제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두어야 할 것이다. 탈법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근무기간의 장기화, 3D업종(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 등에 복무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1950년 이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만7000여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매년 600여명의 젊은이가 병역법 위반으로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한 대치 같은 특수성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대체복무제 입법 검토를 촉구했다.  

 일반적으로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하라고 요구하면 일의 효과는 떨어진다. 군 생활도 자발적으로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여 보내는 것이 군사력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당장 모병제를 실시하기가 어렵다면 징병제를 원칙으로 하되 모병제와 대체복무제를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징병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모병제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하게 떨쳐내는 것이 그 시작이다.

 황선철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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