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이야기
58년 개띠 이야기
  • 김진
  • 승인 2014.07.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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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에 전쟁이 끝나자 한국사회의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출산율의 변화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딛고 안정을 찾아가며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났는데, 이 절정기가 58년이다. 1958년에만 90만 명이 태어난 것이다. 물론 출산아 숫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60년으로 한 해에만 100만 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저기에 많기도 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표현을 할 때 ‘58년 개띠’라는 말을 쓰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52년에 제정된 교육법시행령에 의해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자리를 잡고, 전쟁으로 인해 어려웠던 교육제도와 학교시설이 정비되면서 58년生 개띠들이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호적정리도 부실했던 터라 57년生, 또는 59년生까지도 58년生들과 어울려서 공부하게 되었다. 결국, 동년세대에서 100만 명 이상이 뒤얽혀 경쟁하며 여태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절에는 학교나이로 치자면 58년 개띠가 흔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58년 개띠로 살펴보는 고령화

 재미있는 것은 이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항들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우선 이 사람들이 중학교 가기 2년 전부터 중학교 진학이 무시험전형인 뺑뺑이가 되었다. 또 이 사람들이 고등학교 본고사를 준비하던 중3 때에는 고등학교가 연합고사로 바뀌었다. 그래서 77학번들은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사상최고의 높은 경쟁률로 치르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많은 젊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무렵이 되자 수도권인구가 과밀해져서 분당, 일산 신도시가 세워지게 된다. 문제는 그리 치열하게 경쟁하며 열심히 살아온 ‘58년 개띠’들이 지금에 와서는 매일 2,128명이 정년퇴직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럼 지금의 출산율을 보자. 2013년 출생아 수는 43만6.600명이다. 그래서 하루에 1,196명이 태어난다. 한데 매일 2,128명이라는 2배의 수가 나이 들어 정년퇴직하니 사회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58년 출생아 수 90만에 비해 절반도 태어나지 않으니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는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무분별한 복지공약은 나쁜 사람들이 하는 얘기

 세상 모든 일은 많이 먹으면 많이 싸고, 적게 먹었으면 적게 싸는 게 맞다. 한데 먹기는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어떻게 많이 싸겠는가! 그래 생똥을 싸는 게다. 이 비유가 저급하긴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그렇고, 고령화의 실체가 그렇다는 말이다. 돈 벌고 세금 내줄 젊은 사람에 비해 늙어가는 사람이 2배가 넘는데도 노령과 보건에 대한 복지욕구는 늘어만 간다. 지난 대선 때도 보았다시피 정치하는 사람들은 선거 때만 되면 육아복지, 보건복지, 노령연금, 노인복지,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등 정신없이 들고 나온다. 자신만 뽑아 주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다. 이것을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선거 때마다 온갖 복지를 모두 보장하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복지정책에 앞서 갔던 ‘네덜란드 병’이나, 국민들의 조세부담과 높은 실업으로 실패했던 1920년대 스웨덴식 복지 등, 복지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랑이 찢어질 복지정책은 위험한 정치다. 또 나라살림이 받쳐주지 못해 평생을 보장하지 못하고, 10~20년밖에 버티지 못할 복지정책은 국민들의 고통만 증가시킨다. 지속가능하지 못한 복지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복지확대나 복지예산 증가 같은 정책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지속할 수 없는 복지확대정책이나 무분별한 복지공약은 나쁜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제 58년 개띠들이 환갑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주역들이 편한 여생을 맞을 때가 된 것이다. 공로로 치자면 개개인에게 훈장이라도 줘야 할 그들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터라 몸과 마음이 편치만은 못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서둘러 내수경제를 먼저 챙겨 할 시기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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